한국일보

연금은 왜 만들어졌는가?

2026-05-07 (목) 08:04:23 앤디 김 Solomon Financial Solution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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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상담하는 자리에서 한 고객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연금… 꼭 해야 하나요?” 나는 바로 답하지 않고 잠깐 웃으며 되물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드셨을까요?” 고객은 이렇게 말했다. “주변에서 하라고는 하는데, 꼭 해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어서요.”

이 대화는 낯설지 않다. 오히려 상담을 하다보면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연금을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생각한다. 주식이나 펀드처럼,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라고 여기기도 한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질문에는 한가지 전제가 숨어있다. 연금을 ‘상품’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조금만 시선을 바꿔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

연금은 누군가 만들어 낸 상품이 아니라 시대가 만들어 낸 구조인 것이다. 과거를 떠올려 보면 노후라는 개념 자체가 지금처럼 길지 않았다. 사람의 수명이 짧았기 때문이다.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일 하다가 그 이후의 시간은 길지 않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산다. 60세 이후에도 20년, 30년을 더 살아가는 것이 이제는 특별한 일이 아닌 시대가 된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살아가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돈을 버는 시간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누군가는 30년을 일하지만 그 이후의 20년, 30년은 일을 하지않고 살아가야 한다. 이 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이 질문이 바로 연금의 시작이다.

연금은 금융 아이디어가 아니라 삶의 문제에서 출발한 해답이다.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미 고대 로마시대에도 비슷한 개념이 존재했다.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군인들에게 국가가 일정 금액을 지급했던 제도였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철학이 담겨 있다.

더 이상 일 할 수 없는 시기에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개념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확장되었고, 유럽에서는 왕실과 국가를 중심으로 특정 계층에게 평생소득을 지급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 그 흐름은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았는데. 바로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다. 대공황 이후 노후에 소득이 없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국가는 선택을 해야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 것인가.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평생 일정소득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현실이 드러나게 되었다. 사람들은 더 오래 살기 시작했고 국가와 기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점점 커졌다.

과거에는 회사가 은퇴 이후까지 책임지는 구조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구조가 유지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결국 방향이 바뀌게 되었고 국가와 기업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 변화는 조용하게 진행되었지만 그 영향은 매우 크다. 이제는 누가 대신 준비해주는 시대가 아니라 스스로 준비해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연금은 선택이 아니고 구조이고, 상품이 아니다. 필수적인 준비 과정이다. 연금을 이해하는 첫 번째 단계는 수익률을 보는 것이 아니다. 왜 이 개념이 생겼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이해하는 순간 연금은 낯선 금융상품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다. 문의 (703)200-1412

<앤디 김 Solomon Financial Solution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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