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화경] 담배 없는 세대법

2026-04-27 (월) 12:00:00 서정명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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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430여 년 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건너온 박래품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 군인들이 담배 피우는 것을 보고 조선 사람들이 하나둘씩 피우기 시작했다. 원산지는 아메리카로 원주민들이 부르던 담배를 포르투갈 사람들은 ‘타바코’라고 적었다. 조선의 민초들은 ‘담바귀’, 한자깨나 한다는 식자층은 연기가 난다 해서 연초·남초·남령초나 일본에서 왔다 해서 왜초로도 불렀다.

■조선은 ‘담배 천국’이었다. 1653년 풍랑에 무역선이 난파돼 조선에서 억류 생활을 했던 네덜란드인 하멜은 “조선 사람들 사이에 담배가 너무 유행하고 있다. 어린아이들도 네다섯 살부터 피울 정도”라고 적었다. 조정의 고관대작들은 임금 앞에서 담배를 피웠던 모양이다. 담배 연기를 싫어한 광해군이 언짢은 표정을 짓자 임금 앞에서는 담배를 삼갔다. 누항에 소문이 퍼져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된 연유다.

■2024년 우리나라에서 팔린 담배는 35억 3000만 갑에 달한다. 담배로 거둬들인 세금만 11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기아가 올린 영업이익(5조 9540억 원)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길티플래저(죄책감이 들지만 즐기는 심리)’에는 어김없이 후과가 따르는 법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4조 9517억 원으로 조사됐다. 2022년보다 8.8% 급증했다. 담배세로 거둬들인 금액보다 조기 사망에 따른 생산성 손실과 의료비 등 관련 비용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영국 의회가 23일 2009년생부터 담배 구매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담배 및 전자담배 법안’을 가결했다. 왕실 재가를 거쳐 최종 확정되면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 규제국 중 하나가 된다. 개인 의지로 백해무익한 담배를 끊기 어려우니 아예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결연함이 묻어 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개인 선택권 침해”라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독자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서정명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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