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Z세대의 봉기
2026-04-24 (금) 12:00:00
정진황 한국일보 주필
지난달 말 ‘신들의 나라’ 네팔의 조기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로 총리에 오른 발렌드라 샤의 이력은 다채롭다. 선글라스가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 나라 유명 래퍼이기도 하다. 4년 전 무소속으로 카트만두시장이 됐고, 74세의 전 총리를 꺾은 그의 나이는 불과 35세. 기성정치를 뒤엎고 명실상부한 세대교체를 이룬 그는 세계 최연소 지도자에 올랐다. 30대 총리와 창당 4년 된 국민독립당(RSP)이 집권한 배경엔 10대와 20대를 일컫는 Z세대의 봉기가 있었다.
■지난해 9월 집권 공산당의 부정부패와 경제난에 불만 표출 창구인 SNS 금지가 촉발한 Z세대 시위는 네팔을 전례 없는 격변으로 이끌었다. 비무장 시위에 대한 보안군의 유혈 진압으로 70여 명이 죽고, 2,000여 명이 부상했다. 샤는 저항의 상징이었고 권력과 정부의 무능을 비판한 그의 힙합은 민중가요가 됐다. 임시정부 체제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샤는 젊은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2024년과 2025년 동남아와 아프리카를 휩쓸었던 Z세대 봉기 가운데 네팔은 정치 체제 변화를 이끈 혁명적 사례다.
■사회변혁엔 언제나 청년층의 변화 욕구가 동력이 되기 마련이다. 68세대가 그랬다. 냉전과 전후 호황기에 ‘더 나은 삶’을 원하는 젊은이의 의지가 폭발적으로 분출됐다. 기성 체제가 청년층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극단주의로 치닫는 일부 경향에도 불구하고 68세대의 반전과 자유주의 물결은 전 세계의 정치·사회와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68세대 불만은 가치 문제였으나 Z세대는 생존 문제가 걸려 있다. 우리도 폭풍전야인 이유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용 위협의 최전선에 있는 데다 저성장과 일자리 양극화, 높은 실업률은 청년층 불만의 원천이다. 고령화 추세로 기성세대에 대한 정치권 추파가 적지 않지만, 청년층은 역대급인 ‘그냥 쉬었음’의 절망적 수치 외에 뚜렷한 게 없다. 이해타산에 젖은 기성 정치가 Z세대 미래 문제에 대오각성하길 바라야 하나, 제대로 된 ‘청년 정치’의 등장이 해결책인가.
<정진황 한국일보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