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재 미 경제는 ‘외다리 의자’… 성장 기반 일부 분야에 편중

2026-04-1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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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으론 성장, 속으론 불균형
▶ 고용, ‘헬스케어’에 과편중
▶ 소비, 소득 상위 10% 견인
▶ 증시, 매그니피센트7 주도

현재 미 경제는 ‘외다리 의자’… 성장 기반 일부 분야에 편중

AI 투자가 기술주 주가 상승과 가계 자산 증가로 이어져 소비 증가를 이끄는 요인이다. 하지만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기술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 가계 순자산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취약성도 공존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 경제는 표면적으로 보면 경제 호황이 지속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낮은 실업률과 견조한 소비 지출, 안정적인 기업 투자 등 3박자가 맞물리며 최근 몇 년 사이 경제 확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 성장 기반이 지나치게 일부 분야에만 편중돼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겉으론 성장, 속으론 불균형

최신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1월 한 달 동안 13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추가되며 노동시장의 강세가 재확인됐다. 여기에 가계와 기업의 견조한 지출이 더해지면서 경제 전반은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3분기 미국 경제는 연율 4.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기 둔화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성장세가 일부 부문에 편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경제가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취약한 구조의 경제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회계 및 컨설팅 기업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제 경제 구조를 ‘외다리 의자’(One-Legged Stools)에 비유했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전반이 외다리 의자 구조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문제는 이런 상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 고용 증가, ‘헬스케어’ 산업에 편중

고용시장은 높은 금리와 정책 변화,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실업률은 4.3%로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고용 증가의 대부분이 헬스케어 산업에 편중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전체 민간부문에서 창출된 73만3,000개의 일자리 가운데 약 97%가 헬스케어 및 사회복지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추세는 2026년에도 이어져, 1월 신규 일자리 증가분의 약 95%가 이 분야에 집중됐다.

병원과 의원, 요양시설 등에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되며 제조업, 운송업, 광고, 컴퓨터 과학 등 화이트칼라 직종 일자리 감소분을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

취업 정보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의 다니엘 짜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고용 증가가 헬스케어와 사회복지 분야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데 고용시장 성장을 이끄는 유일한 분야”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특정 산업에 고용 증가가 지나치게 편중되는 구조는 경제 전반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달 사이 헬스케어 고용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년 상반기에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4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늘었지만, 하반기에는 35만3,000개로 증가폭이 줄었다.

■ 소비 증가, 소득 상위 10%가 견인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계층은 고소득층이었다. 주택 가격 급등과 주식시장 상승이 맞물리며 부유층의 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이후 고소득층에 의한 소비 증가가 경제 전반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 기업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연소득 27만5,000달러 이상인 상위 10% 고소득층이 현재 전체 소비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팬데믹 이전 약 39%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고소득층이 최근 1년간 외식과 여행 등 선택적 소비를 늘리고 있는 반면 하위 소득 계층의 많은 가계는 높은 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위 계층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며, 소득 하위 계층 80%와의 소득 및 소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라며 “이는 미국 경제가 상위 계층의 소비에 의존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지표”라고 분석했다.

최근 분기 경제 성장에서 소비는 핵심 동력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을 반영할 경우, 중·저소득층의 소비는 팬데믹 이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반면 상위 20% 계층은 2020년 이후 연평균 4% 이상의 소비 증가를 기록하며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소비 구조가 경제 전반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의 격차를 확대할 뿐 아니라, 부유층 소비가 주식시장 상황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주가 상승이 부유층을 더욱 부유하게 만들며 소비 여력을 키웠다”라며 “주식시장이 흔들릴 경우 부유층의 소비 동력이 일시에 사라져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 증시 상승, 매그니피센트 세븐

‘인공지능’(AI) 투자가 기업 지출과 주식시장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미국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규모 AI 투자는 기업 가치 상승과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가계 자산 증가로 이어지며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 구글, 아마존, 메타 등 AI 개발을 주도하는 4대 기업은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소프트웨어·장비 투자 등에 지난 1년간 약 3,6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기업의 장비 및 소프트웨어 지출은 2025년 1월 이후 매 분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크 무로 선임연구원은 “현재 경제를 이끄는 동력은 AI뿐”이라며 “이 같은 성장 동력이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거품 가능성과 향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AI 투자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주식시장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기술 대기업 그룹(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플랫폼스, 마이크로 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은 지난 1년간 평균 약 20%의 주가 상승을 기록하며, 기업가치 상승 규모가 수조 달러에 달했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톰 바킨 총재 최근 “현재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두 개의 엔진은 AI 생태계와 부유층 소비”라며 두 부문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AI 투자가 기업 투자 증가의 대부분을 떠받치고 있으며, 동시에 기술주 가치 상승은 가계 자산 증가로 이어져 소비 확대를 자극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만약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기업 가치가 하락할 경우 이는 가계 순자산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구조가 갖는 취약성도 함께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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