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화경] 마오타이 버블

2026-04-06 (월) 12:00:00 홍병문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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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중국 사정 당국이 마오타이그룹에서 60억 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왕샤오광 구이저우성 부성장을 체포했다. 당시 중국 관영 CCTV는 왕 부성장이 붙잡히기 직전 그동안 뇌물로 받았던 마오타이 4000병을 집 화장실에 버렸다고 보도했다. 이것을 지켜보던 아내가 “버리고 버려도 끝이 없네”라고 혀를 찼다는 일화도 함께 전했다.

■마오타이는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대표 명주다. 구이저우성 런화이시 마오타이 지역에서 츠수이허 강물로 만들어져 ‘구이저우 마오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수를 아홉 번 찌고 누룩을 여덟 번 발효시킨 후 일곱 번 증류해 만든다고 한다.

■중국의 국빈 만찬 테이블 등에 오르는 마오타이는 공무원 접대용이나 뇌물로도 애용된다. 중국의 반부패 단속 때 주요 타깃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공산당 총서기직에 오른 뒤 반부패 운동을 벌이자 마오타이는 사치재의 상징으로 낙인찍혀 강력한 제재 대상이 됐다. 하지만 되레 희소성이 부각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회사 몸값도 급등해 2012년 150위안 수준이었던 마오타이 주가가 2021년 2600위안까지 올라 중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최근 마오타이가 대표 제품인 ‘페이톈(?天) 53도’의 출고가를 기존 1169위안에서 1269위안으로, 공식 소매가격을 1499위안에서 1539위안으로 각각 인상한다고 밝혔다. 소매가격 인상은 2018년 이후 8년 만이다. 한편에서는 이번 마오타이의 가격 인상 배경이 실적 악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0~20% 수준이던 마오타이 매출 성장률이 지난해 6%로 떨어지면서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을 보전하려는 속셈이 담겼다는 해석이다. 급등했던 마오타이 주가는 근래 5년 동안 내리막길을 걸으며 거품이 꺼지고 있다. 이런 마오타이의 주가는 급성장 뒤에 가려진 중국 사회의 모순과 탐욕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마오타이가 다시 옛 영화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병문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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