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추락 전투기 장교 극적 생환 작전
▶ 공군 대령 총 한 자루 쥐고 48시간 사투
▶ CIA 연막작전… 고장 수송기 폭파 후 철수
▶ 실패시 ‘미 대사관 인질사건’ 재연될 뻔
미국이 이란 상공에서 격추된 전투기에 탑승하고 있던 자국 군인을 구출했다. 실종됐던 미군은 권총 한 자루만 쥔 채 이란 산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해군 네이비실 최정예 대원들과 특수부대원 수백명을 투입, 할리웃 영화와 같은 극적인 구출작전이 펼쳐진 것이다. 만약 이란이 먼저 붙잡았다면 미국 입장에선 47년 전 ‘이란 대사관 인질 사태’의 악몽을 되풀이할 뻔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3일 이란이 격추한 미군 전투기 F-15E 스트라이크 이글에 탑승했던 장교 2명은 기체가 피격되자 즉시 비상탈출했다.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은 복좌형 전투기로 앞좌석에는 조종사가, 뒷좌석에는 표적 탐지 및 공대지 무장·전자전 장비 등의 운용을 맡은 무기체계장교(WSO·Weapons Systems Officer)가 탑승한다.
피격 직후 조종사는 즉시 구조됐으나 또 다른 탑승자인 무기체계 장교가 실종되면서 미군과 이란군 양측의 치열한 수색 경쟁이 시작됐다. 전투기에서 탈출한 이 장교는 산속의 바위 틈새에 몸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초기에는 그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중앙정보국(CIA)이 결국 장교의 은신처를 찾아냈고, 이 정보를 미 국방부에 전달해 본격적인 구조 작전에 나설 수 있게 했다.
적진 깊숙한 곳에서 호신용 권총 한 자루를 갖고 은신 중인 이 미군 장교를 찾아 구출해오는 작전에는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팀6’ 대원들을 비롯해 수백명의 특수부대원, 수십 대의 군용기와 헬리콥터, 사이버·우주·정보 분야 역량이 총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작전의 핵심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 네이비실 ‘팀6’은 네이비실 중에서도 최정예팀으로 ,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성공시킨 부대다.
은신하고 있던 장교는 24시간 넘게 이란군의 추적을 피했고 2,000m가 넘는 높이의 능선을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공격기들은 장교가 은신해있던 지역에 이란군의 호송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먼저 폭격을 가했다. 이 공습에는 MQ-9 리퍼 드론 등이 활용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또 미 특수부대원들은 이 장교에게 접근할 때 이란군이 구조 현장에 오지 못하도록 사격했으나, 이란군과 직접 교전을 벌이지는 않았다고 미군 관계자는 전했다.
이 장교는 구조 부대와 교신할 수 있는 비컨(무선 신호기)과 보안 통신 장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란군도 이 신호를 감지할 수 있기에 비컨 사용을 자제했다고 한다. CIA는 이란군을 교란하기 위해 ‘기만 작전’도 펼쳤다고 한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CIA는 실종 장교가 이미 구조됐으며 지상 호송대를 통해 국외로 이동 중이라고 이란군이 믿게 만들기 위해 공작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틀간의 구조 작전 끝에 미군 특수부대원들은 사상자 없이 장교를 무사히 구조해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구조작전에 걸린 시간은 48시간이었다.
이란에 의해 격추된 F-15E 전투기는 이란의 반정부 세력이 강한 지역에 추락했다. 따라서 구조된 장교는 현지인들로부터 은신처 제공 등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F-15E 탑승자를 구조한 뒤에는 이 장교와 구조 대원들을 싣고 이동하려던 미군 수송기 두 대가 이란 외딴 기지에 고립됐다고 한다. 미군 지휘부는 새로운 수송기를 투입하기로 결정했고, 불능 상태가 된 기존 수송기 두 대가 이란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폭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미군은 역사상 가장 대담한 수색·구조 작전 중 하나를 실시해 실종됐던 미군을 구출했다”며 “그(실종자)가 지금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을 여러분에게 알리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조된 장교가 공군 대령이라고 전하면서 “그는(실종자는) 부상을 입었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미국이 구출에 실패했다면 이는 협상 과정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란이 1979년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고 외교관 등 미국인 52명을 444일 동안 억류한 ‘주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인질 구출에 실패한 미국은 80억 달러가량의 동결 자산을 반환하는 조건으로 인질을 데려올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출 사실을 알리면서 ‘이란 방공망을 파괴했다’고 재차 주장했지만, 미군의 손실은 적지 않다. 이때까지 F-15 계열 전투기 4대가 파괴됐고, 3일에는 미 공군의 A-10 공격기 한 대도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