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양측 다 ‘승리’ 인식 위험할 정도로 대담해져”
▶ 외교 해법 기대 어려워
▶ ‘확전의 함정’ 경고 나와

이란 국영 매체가 지난 3일 공개한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추정 미국 전투기 잔해 사진. [로이터]
이란이 미군 전투기를 격추하고, 이어 미국이 극적인 조종사 구출 작전에 성공하면서 양국 모두 ‘위험할 정도로’ 대담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일로 미국과 이란 모두 승리를 주장할 명분을 얻었고, 결과적으로 더욱 심각한 확전으로 몰아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이란 국영언론은 불에 탄 미 전투기 사진을 공개하면서 3일간 미 전투기 3대를 격추한 것은 “신의 은총”이 깃든 승리라고 선언했다. 강경파 모하마드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런 식의 승리를 세 번 더 거둔다면, 미국은 완전히 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역시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서 격추된 전투기 조종사에 대한 미군의 성공적인 구조 작전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을 경우 발전소와 교량 등을 폭격하겠다고 욕설을 섞어 거칠게 위협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적인 구조 작전에 고무돼 새로운 위협을 가하는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제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유예 시한(7일)을 하루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발전소, 에너지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이란은 걸프 지역 내 미 동맹국의 핵심 시설들을 폭격하겠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러한 확전 양상은 민간인 수백만 명에 치명적인 재앙일뿐더러, 이미 불안정한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에 또다시 극심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인프라 공격은 국제법상 전쟁범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 인구 9천만 명 이상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국제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은 이란의 주요 석유화학 시설과 제약 공장 등을 타격한 상태이며, 이에 대해 이란은 걸프 지역 국가들의 전략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보복의 악순환은 중동 전역은 물론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금융시장에도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란 정부 관료를 지낸 테헤란대 정치학자 사산 카리미는 NYT에 “이란의 접근은 이러한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만약 여기서 굴복한다면, 트럼프는 계속해서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보복에 최대한의 역량을 동원할 것이고, 이는 비례적인 공격이 아닐 수도 있다”며 “이란의 기반시설은 매우 중요하고, 이를 공격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자 사실상 전쟁범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수는 미국의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이다. 이번 구출 작전의 성공이 미국으로 하여금 더욱 과감한 작전을 시도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호르무즈 해협 내 섬 점령이나 이란의 핵 물질 확보를 위한 특수작전 등이 거론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미 미군 및 이스라엘 드론을 격추하고, 사우디 내 미군 기지를 타격하는 등 실질적인 공격 능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한 달 이상 지속된 충돌 속에서 이란은 “필요할 때 목표를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만약 미국이 대규모 공격에 나설 경우, 이란은 해수 담수화 시설이나 석유·가스 시설을 겨냥한 보복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동 지역의 식수 공급과 에너지 시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결국 현재 상황은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는 ‘확전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는 평가다. 군사적 압박이 상대의 굴복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판단이 오히려 충돌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국가들이 미국과 이란 모두에 자제를 촉구하며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리미는 “이란이 안전하지 않다면, 중동 전체가 안전할 수 없다”며 지역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 알리 바에즈도 양측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현 상황에서는 외교 해결을 통한 위기 종식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바에즈는 “이 시점부터, 이 전쟁은 전보다 훨씬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