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서울에는 왜 유엔군 추모공원이 없는가?

2026-03-10 (화) 07:52:07 강현석/한국전참전유엔군추모공원재단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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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일,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Army & Navy Club에서는 뜻깊은 모임이 열렸다.

한국전 참전용사 한미 추모사업회(이사장: 이영훈 순복음교회 담임목사)와 한국전참전유엔군추모공원재단(이사장: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 그리고 동 재단 이사이며 건립추진위원장인 박선근 회장을 비롯한 한미 인사들이 모여 서울 도심에 ‘한국전쟁 유엔참전용사 추모공원’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모임에는 한미 양국의 정부 및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참석해 한국전쟁의 역사적 의미와 유엔군의 희생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된 질문이 하나 있었다.


“왜 한국전쟁이 벌어졌던 서울에는 세계적 규모의 유엔군 추모공원이 없는가?”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단순한 한반도 내부의 전쟁이 아니었다.

유엔은 역사상 처음으로 집단안보 체제를 가동했고, 미국을 비롯한 22개국이 병력과 의료 지원, 물자를 보내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전쟁에 참여했다.
이 전쟁에서 3만3천634명의 미군 장병들이 전사했다.

유엔군 전체로 보면 4만여 명이 전사하고, 11만5천 명 이상이 부상했으며 약 5,600명이 실종된 것으로 기록된다.
대한민국 역시 막대한 희생을 치렀다.

한국군 약 13만7천 명이 전사했고, 45만 명 이상이 부상했으며 2만4천 명 이상이 실종되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름도 모르는 나라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 희생 덕분에 대한민국은 공산화의 위기에서 벗어나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워싱턴 D.C.에는 이미 ‘한국전쟁 기념공원(Korean War Veterans Memorial)’이 있다. 그러나 이 기념공원은 주로 미국 참전용사를 기리는 메모리얼이다.
반면 지금 서울에서 추진되는 기념공원은 성격이 다르다. 서울에 세워질 추모공원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모든 유엔군 장병들을 기리는 국제적 추모공원이 될 것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이미 70여 년이 지났다. 참전용사들은 대부분 90세를 넘긴 고령이 되었고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오늘의 서울은 1950년 세계 여러 나라 젊은이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도시다.
그러나 정작 서울에는 그들을 기리는 국제적 추모공원이 없다.

특히 뉴욕은 유엔 본부가 있는 도시다. 한국전쟁 역시 유엔의 집단안보 체제가 처음으로 작동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런 점에서 뉴욕에 사는 우리 한인사회가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유엔이 결의하고 세계 여러 나라 젊은이들이 피 흘려 지켜낸 자유의 역사를 이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기념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유엔군 추모공원이 세워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념시설이 아니라 자유를 위해 싸운 세계 연대의 상징이 될 것이다.
한국전쟁은 세계가 한국을 위해 싸운 전쟁이었다.
이제 한국이 세계의 희생을 기억할 차례다.

<강현석/한국전참전유엔군추모공원재단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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