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정부 8억6,500만달러로 39개 단지·2,393가구 신축
▶ 버스·자전거용 교통망 구축
▶ LA산불 피해 1억달러 지원
캘리포니아 주가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오염물질 배출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자금을 서민 주거안정과 기후위기 대응에 전격 투입한다. 이는 기업의 환경적 책임을 민생 복지로 환원하는 ‘기후 정의’ 실현의 일환으로, 고물가와 주거난에 신음하는 저소득층 가계에 실질적인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복안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10일 이 같은 내용의 총 8억6,500만달러 이상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재원 마련 방식에 있다. 전액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대형 오염 기업들이 지불한 비용으로 충당된다.
이번 발표에 따라 캘리포니아 전역 21개 지역에 총 39개의 저렴한 주택(Affordable Housing)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특히 올해 대규모 산불 피해로 인프라 재건이 시급한 LA 카운티에는 전체 예산의 약 21%에 달하는 1억8,560만달러가 집중 배정됐다.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의 탄소 배출권 프로그램은 오염을 줄이고 그 수익을 다시 지역사회에 재투자한다는 설계 목적을 정확히 수행하고 있다”며 “오염 기업들이 낸 비용이 수천가구에게 새로운 보금자리와 쾌적한 주거 환경으로 돌아가는 실질적인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집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서민들의 실질적인 생활비를 낮추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캘리포니아 전략성장위원회(SGC)가 승인한 이번 프로젝트들을 통해 총 2,393가구의 저소득층 임대주택이 공급된다. 이 중 약 3분의 2는 극빈층 및 저소득층 가구에 전용으로 할당된다.
주목할 점은 주택 단지 주변에 대규모 지속가능 교통망이 함께 구축된다는 것이다. 주요 내역을 살펴보면 ▲30대 이상의 무공해 대중교통 차량 도입 ▲150개소의 버스 정류장 신설 ▲45마일의 자전거 도로 확충 ▲20마일의 안전 보행로 조성 등이 포함됐다.
주정부는 이를 통해 저소득 가구가 비싼 기름값을 들여 자가용을 운행하지 않고도 직장과 학교를 오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주지사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21만건에 달하는 개솔린 차량운행 감소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로 캘리포니아 전략성장위원회(SGC)의 누적 투자액은 50억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에린 커티스 SGC 집행이사는 “가족들이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폭염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안정적인 주거지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투자 범위는 주거환경 개선을 넘어 농촌 지역까지 확장된다. 주 정부는 ‘지속가능 농지 보존 프로그램(SALC)’을 통해 농촌의 무분별한 도시화를 막고, 농민들이 토지를 보존하면서 생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초기 기획과 기술 지원을 병행한다.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호된 농지는 4만1,837에이커에 달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후 중심’ 투자가 실제 시장의 주택 공급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탄소 배출권 거래 비용이 결국 기업들의 제품 및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교한 운영을 주문하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기업의 공해 비용을 서민 주거와 교통 인프라로 연결하는 모델은 자산 재분배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집행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기업의 비용 부담이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모니터링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