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1월 소비자물가 2.7%↑ 선방했지만… “자료부족해 구멍숭숭”

2025-12-18 (목) 02: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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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통계국 “11월 CPI 전년동월 대비 2.7%↑…10월 것은 집계 못해”

▶ 실제 자료상 품목별 월간 변동률 산출 부실…백악관은 “인플레 둔화” 반색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18일 내놓은 소비자 물가 지표를 놓고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일반 가계에서 물가 부담 압박을 받는 상황임에도 수치상으로는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해졌다고 볼 만한 결과를 발표해서인데, 백악관은 일단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은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에서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1%)를 밑도는 수치다. 지난 9월(3.0%)보다도 낮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라, 9월(3.0%)과 비교해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2021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속도로, 수개월간 지속된 고질적인 물가 압박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지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번 발표는 10월 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이어진 43일간의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여파로 예정(12월 10일)보다 여드레 늦게 나왔다.

10월 CPI의 경우에는 관련 예산 편성 중단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해 별도로 집계하지 못했다고 BLS는 홈페이지를 통해 설명했다. BLS가 월간 CPI 수치를 발표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그간 일반적으로 CPI 발표 때 담겼던 데이터가 일부 빠지거나 지수 계산에 "비조사 데이터"가 쓰이기도 했다고 BLS는 부연했다.

실제 9월 발표 자료와 대조해 보면 주요 품목별 월간 변동률 산출에 제약이 있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현지에서는 부실한 데이터에 근거한 보고서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표를 구멍 숭숭 뚫린 '스위스 치즈'에 비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스위스 에멘탈 치즈에 숙성 과정에서 발효로 인해 크고 작은 구멍이 생기는 것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산탄데르 US 캐피털 마켓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이 이례적인 보고서는 이상 현상을 연이어 드러내고 있으며, 거의 모든 지표가 동일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면서 "결과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할 것 같지만,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성급한 판단"이라고 피력했다.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로이터에 "단순히 잡음 많고 공백 가득한 수준을 넘어 인플레이션에 대해 하향 편향된 시각을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백악관은 그러나 조 바이든 전 정부 때의 위기를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한 것이라며 반색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발표된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음을 보여준다"며 "바이든이 초래한 사상 최고치인 9%의 인플레이션 위기와는 극명한 대비"라고 주장했다.

CNBC방송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로 미국 통화 정책이 완화할 수 있다는 투자자 기대감을 확산할 수 있는 수치이지만, 분석용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11월 CPI를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의 시작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라는 '확대해석 경계론'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내년 금리 경로에 대해 미국 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 입안자들이 11월 CPI 보고서에 영향을 받을지 불분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연준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거쳐 기준금리를 3.50∼3.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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