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매출 3조원…틱톡 등 입소문 마케팅 주효”
▶ 시장 성장률은 한자릿수인데 한국산만 급성장
▶ 울타·세포라 등 현지 유통업체 물량 경쟁 치열
▶ BTS·블랙핑크·케데헌 등 한국 문화 인기 폭발
올 들어 한국산 화장품을 비롯한 이른바 ‘K뷰티’ 상품 매출이 미국 시장에서 홀로 3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K뷰티 상품은 특히 MZ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중심으로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CNBC는 27일 “한때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사람들만 주로 썼던 K뷰티 한국 화장품이 미국 시장의 주류로 완전히 진입했다”며 “틱톡을 통한 입소문, 젊고 다양한 쇼핑객, 울타·세포라·월마트·코스트코 등 소매 업체들의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주효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CNBC가 인용한 시장조사 업체 닐슨IQ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K뷰티 매출은 지난해보다 37% 증가해 20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를 넘길 전망이다. 미국 전체 화장품 시장 성장률이 올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화장품 대미 수출액은 그간 부동의 1위였던 프랑스를 제치고 지난해부터 선두로 올라서기까지 했다.
닐슨IQ에 따르면 K뷰티 제품 가운데 기초화장품이 여전히 미국 시장에서 최대 매출원 노릇을 하고 있고, 성장 속도는 모발 관리 제품이 가장 빠르다. 또 색조나 자외선 차단제가 들어간 융합 상품들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닐슨IQ의 테레즈 앤 담브로시아 뷰티사업 부문 부사장은 “성장세가 매우 놀라운 수준”이라며 “전체 미국 뷰티 시장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점과 비교하면 K뷰티는 확실히 다른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CNBC는 글로벌 뷰티 전문매체인 퍼스널케어인사이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K뷰티 소비자의 약 4분의 3이 MZ 세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주로 틱톡에서 인플루언서들의 체험기와 홍보 영상을 보고 K뷰티 제품을 발견한다고 짚었다. 2010년대 K뷰티 상품들이 미국 시장에 소개되는 ‘1차 물결’ 때는 주로 소규모 유통 매장이나 아마존 온라인 판매자 등 틈새 시장에 한정됐지만 최근의 ‘2차 물결’은 그 규모와 속도가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었다. 제품군도 색조 화장품부터 모발·두피 관리, 향수, 피부관리 기기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게 됐다고 진단했다.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가 15~25% 부과됐지만 이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한몫한 것으로 평가됐다.
CNBC는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BTS, 블랙핑크 같은 K팝 그룹 등에 대한 인기가 늘어난 데다 올해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한국 문화의 인기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모든 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한국 문화의 인기가 K뷰티를 통해 특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K뷰티 제품이 불티난 듯 팔리자 미국의 주요 유통기업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내 1400개 매장을 보유한 화장품 유통 업체 울타의 경우는 올 1분기 한국산의 매출만 38% 급증했다. 울타 경영진은 “2분기에 뉴욕 월가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낸 데에도 K뷰티와의 협업이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울타는 7월에도 한국 브랜드를 소개하는 전문 편집 플랫폼인 ‘K뷰티 월드’를 출시했다.
또 다른 화장품 유통 업체 세포라도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의 체험 매장 한쪽 벽면을 스킨케어 등 한국산 제품으로 가득 채웠다. 몇몇 K뷰티 브랜드들과는 독점 공급 계약도 맺었다.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도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자 진열대에 에센스, 세럼, 마스크팩 등 제품군을 늘렸다. CNBC는 한국의 올리브영이 내년에 로스앤젤레스(LA)에 미국 첫 매장을 낸다는 소식도 전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