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별장 매입 후 3차례 소송…경호 규정 지난달 갑자기 변경
▶ WP “항공기들 다른 지역으로 우회…팜비치 부유층 사이에서도 불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 상공이 지난달부터 연중 비행금지 구역으로 지정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28일 전했다.
플로리다주 팜비치섬에 있는 마러라고 별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말 백악관' 내지 '겨울 백악관'으로 불린다. 그는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에도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마러라고 별장에서 대서양의 내해(內海) 수로를 다리로 건너 서쪽으로 3마일(약 4.8㎞) 직진하면 팜비치 국제공항이 있다.
기존에는 이착륙 경로 바로 아래 마러라고 별장이 있었는데, 지난달 경호 규정이 바뀌면서 별장 상공은 비행금지 구역이 됐다.
미 비밀경호국(USSS)은 변경된 규정이 최소한 내년 10월까지 이어진다고 WP에 밝혔다.
USSS 대변인은 "연방항공청(FAA)이 마러라고 상공에 추가 임시 비행 제한 규정을 도입했다"며 "대통령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팜비치 지역 사회가 보여주는 이해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85년 마러라고 별장을 사들인 이후 팜비치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이 별장 상공을 우회하도록 끈질기게 노력해왔다.
관련 소송을 세 차례(1995년, 2010년, 2015년) 제기했는데, 첫 소송은 팜비치 카운티가 공항 남쪽의 200에이커(약 24만5천평) 규모 부지를 임대하는 조건으로 합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땅에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을 지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재벌 총수들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했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2010년 소송은 기각됐고, 2015년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취하됐다. 이후 비행금지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을 때만 적용돼왔다.
경호국의 요구로 팜비치 공항 비행편의 항로가 변경되면서 이 일대의 다른 주민들이 비행기 소음과 매연을 떠안게 됐다.
웨스트팜비치 주민인 낸시 풀럼 공항소음시민위원회 의장은 "천둥이 치는 것 같다"며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면 비행기가 바로 머리 위로 지나간다. 동체 아랫면까지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마러라고 별장이 있는 팜비치섬에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성향인 부유층 인사들의 저택이 줄지어 있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항로 변경에 따른 소음에 불만이 터져 나온다고 W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