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보복 악순환 개탄스럽다”

2025-09-24 (수) 07:40:31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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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정신문화연구회, 노영찬 교수 ‘한과 단의 변증법’강연

“정치보복 악순환 개탄스럽다”

노영찬 지도교수가 ‘한과 단의 변증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이 경제적 성장이나 문화, 예술적 우수성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가 있지만 정치적 상황은 보복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어 개탄스럽다. 언제까지 한(恨)의 되풀이를 계속할 것인가 심각히 물어볼 때이다.”

지난 20일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열린 동양정신문화연구회(회장 김면기) 월례강좌에서 조지메이슨대 노영찬 명예교수는 ‘한과 단의 변증법’을 주제로 민중신학의 거두인 서남동 교수, 라이몬 파니카 교수의 말을 소개하고 김지하 시인의 정신과 사상에 대해 설명했다.

노 교수는 “저항시인 김지하는 한국 근대사에서 억눌리고 버림받은 사람들의 한(恨)을 깊이 이해했다. 한을 한으로 갚으면 끝이 없으니 이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단이 나왔으며, 단은 한의 승화이며 그것은 종교의 깊은 차원”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우리 한민족은 한(恨)의 민족이다. 강대국 틈에 끼어서 여태까지 버텨오며 얼마나 많은 한이 쌓였을지 짐작된다”며 한민족 한의 극복은 탈춤, 판소리, 굿이나 한풀이, 서편제 등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단(斷)이란 한(恨)의 극복이며 개인적으로는 자기 부정, 집단적으로는 복수의 악순환을 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도, 미국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참한 복수가 반복되고 있다. 이것은 카르마(Karma)의 체인에 묶인 것이다. 복수와 보복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면 답이 없다”면서 “이제는 반복되는 복수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를 김지하는 ‘인간의 종교적 결단, 내적 영적 쇄신’이라 정의했다고 부연했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이에 상반되는 존 캘빈의 예정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한 칼 막스의 종교관 등에 대해 설명한 후 노교수는 “한의 악순환을 끊는 힘은 용서와 사랑에서 나온다. 보복과 복수의 고리를 끊어내고 한을 초월해 승화시키는 정신적 운동이 절실하다”고 결론 지었다.

강좌 후 김면기 회장은 “고금을 통한 인류의 비극은 수신제가도 못하는 이들이 지도자로 나서 많은 사람들을 고통받게 한다는 데 있다”면서 “내달 강좌 후에는 가을수련회 대신 전 회원이 교내 카페테리아에서 오찬을 하며 정담을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날 강좌에는 50여명이 참석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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