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UC·CSU 이어 USC도 재정위기, 고등교육 ‘경고등’

2025-08-18 (월) 12:00:00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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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SU 이어 USC도 재정위기, 고등교육 ‘경고등’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남가주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명문 사립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가 올해 회계에서 2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지난해 1억5,800만 달러 손실보다 훨씬 커졌다. 단순한 ‘올해는 조금 힘들었다’ 정도가 아니라, 구조적인 재정난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재정난 뉴스는 주로 UC(캘리포니아대학교)나 CSU(캘리포니아 주립대) 같은 공립대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사립 명문까지 줄줄이 타격을 받고 있다. 주정부의 재정적자, 연방정부 정책 변화, 국제학생 감소 우려…. 여러 악재가 동시에 몰려온 셈이다.

■ “3억 달러 연구비 날아갈 수도”

지난달 15일, USC의 한인 김병수 임시총장은 학교 커뮤니티에 긴급 서한을 보냈다. 그는 서두부터 상황의 심각성을 숨기지 않았다. “연방정부의 연구·병원·학자금 지원 변화와 국제학생 등록 감소 가능성 등으로 우리 규모의 대학은 연간 3억 달러 이상의 연구비 손실을 겪을 수 있습니다.”


김 총장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도입된 정책 변화가 재개되면 USC가 수년간 약 3억 달러의 연구 자금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연구비는 대학 재정의 ‘산소’다. 단순한 수입 항목이 아니라, 교수진을 유지하고 연구 경쟁력을 확보하며 대학병원까지 버티게 하는 기반이다. 이 산소가 줄어든다면 대학의 숨은 곧 가빠질 수밖에 없다.

■ 내부 사정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외부 요인만이 아니다. USC의 재정 구조 자체에도 한계가 있었다. 팬데믹 이후 의료 환경이 변하면서 USC 보건 시스템 수익이 줄었고, 인건비와 운영비는 계속 올라갔다. 김 총장은 이미 비필수 지출을 중단하고, 출장 제한과 예산 통제를 시행 중이지만, “이 정도로는 구조적 적자를 막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내놓은 다음 수단은 더 강력하다. 미사용 부동산 매각, 중복 부서 통합, 고임금 보직자의 보수 조정, 그리고…필요하다면 해고까지. 미국 대학에서 해고는 민감한 문제다. 특히 행정직과 계약직, 비정규직 교원이 먼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내부 반발이 불가피하다.

■ 등록금은 올리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USC가 등록금 인상을 전면 배제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그건 미래 세대 트로이 전사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미 미국 대학 등록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팬데믹 이후 대학 진학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등록금을 올리는 건 지원자 수를 더 줄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대학 기금 인출이나 부채 발행도 거부했다. 단기적으로는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재정 안정성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USC는 지금 세대가 감당하고 지금 해결하겠다는 쪽을 택했다.

■ UC·CSU도 버거운 현실


USC의 위기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UC 시스템은 연간 535억 달러 예산 중 5억 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 3월에는 2억7,000만 달러 삭감안을 발표했다. 주정부의 120억 달러 재정적자로 UC 지원금이 더 줄어든 상황이다.

UC는 교수 채용 시 필수였던 ‘다양성 진술서’를 폐지하며, 연방 연구비 삭감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다른 대학들은 그렇지 못했다. 컬럼비아대는 반유대주의 대응 미흡으로 4억 달러 연구 자금을 잃었다. 정치·사회 이슈가 재정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CSU 역시 4억~8억 달러 적자를 예상한다. 주정부 지원금 삭감과 지원금 지급 지연이 겹친 결과다. CSU는 일부 학위 프로그램 폐지, 캠퍼스 통합, 교수진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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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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