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플도 구글 모회사도…미국 기업 자사주 매입 러시

2025-08-11 (월) 09: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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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매입액 역대 최고

▶ 연말까지 1조1천억 달러 넘을 듯

미국 기업들의 올해 자사주 매입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 중이다.

경영실적이 좋은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되면서 남아도는 현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산운용사 버리니 어소시에이츠의 자료를 인용,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액이 9천836억 달러로, 1982년 관련 기록 집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올해 연말까지는 자사주 매입액이 1조1천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으로, 이 또한 역대 최대치로 예상된다.

자사주 매입은 애플과 알파벳 등 IT 대기업과 JP모건 체이스를 비롯한 대형 금융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5월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기업 비용이 수백만 달러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면서 최대 1천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7월에 발표된 분기 실적에 따르면 애플은 363억 달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올해 초 7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 규모는 21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은 7월에 5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400억 달러, 모건스탠리는 2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각각 승인했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많이 하는 것은 영업이익이 좋아졌고 세금 감면으로 현금 보유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무역 정책을 둘러싼 혼란으로 투자 계획이 지연되면서 남아도는 현금을 주식 매입에 쓰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버리니 어소시에이츠의 제프리 예일 루빈 회장은 "상황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아졌다. 기업들은 현금이 넘쳐나고 있다. 수익이 개선되기 전에도 이미 경영 상황이 좋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을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지출이 줄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로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빌 피츠패트릭 운용이사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현재 소비자들의 재정 상태가 상당히 양호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은 대체로 투자자들에게 환영받지만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회의론자들은 주가가 이미 고평가된 시점에서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분석가들은 기업들이 시설 투자나 배당금 지급과 같은 장기적 계획 대신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이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음을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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