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이란 정권교체 원하지 않아… 큰 혼돈 생긴다”

2025-06-2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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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 전용기서 밝혀

▶ 40여개국 네덜란드 헤이그서 이틀 간 회의
▶ 이스라엘-이란 휴전 일단락에 파행 모면

트럼프 “이란 정권교체 원하지 않아… 큰 혼돈 생긴다”

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군인들이 행사장 주변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로이터]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합의가 불안정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이란의 정권 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개막되는 네덜란드 헤이그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정권 교체는 혼돈을 수반하며 이상적으로라면 우리는 큰 혼돈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와 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난 모든 게 가능한 한 빨리 진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을 공습한 다음 날인 지난 22일 소셜미디어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가벼운 어조로 언급해 그가 행정부의 공식 입장과 달리 실제로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해 이란과 관련해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아마”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나토 회원국의 국방 지출과 관련해 스페인이 문제라고 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정한 분담’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방비 지출을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에 합의했지만, 스페인은 예외를 주장했다.

일단 나토 정상회의는 개막식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이스라엘·이란 휴전 소식에 한숨을 돌렸다. 중동 정세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의 대 이란 공격에 가세한 미국에 대한 비판이 빗발치고 정상회의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 입김이 한껏 반영됐다. 긴 회의를 꺼리는 성향을 고려해 일정을 줄인 게 단적인 예다. 그가 러시아를 적이 아닌 협상 대상으로 여기는 터라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의제도 비중을 낮췄다. 나토가 회원국에 권고하는 국방비 지출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5%로 높이는 합의 또한 도출될 예정이다.

정상회의는 24, 25일 이틀에 걸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진행된다. 32개 회원국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첫 일정은 24일 오후 7시 네덜란드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관저에서 개최되는 환영 만찬이다. 이후 정상들은 25일 오전 열리는 북대서양이사회(NAC) 본회의에 참석한다.

당초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에 대한 규탄 발언이 적지 않게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이란 기준으로 22일 이뤄진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으로 중동 내 긴장이 급격하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노르웨이 NTB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은)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그러나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이 휴전에 합의했고 일련의 과정을 자신이 주도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 대한 규탄 목소리도 잦아들 가능성이 커졌다.

오히려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바랐던 목표를 성취할 전망이다. 그가 줄곧 요구했던 ‘국방비에 대한 GDP 5% 할당’에 나토 회원국이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나토 회원국의 평균 지출 국방비는 GDP의 약 2.6%였다.

반면 유럽 안보가 나토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인데도 우크라이나 문제는 후순위로 밀렸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이지 않은 데다 중동 정세까지 심하게 출렁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참석하에 열렸던 ‘나토·우크라이나 이사회’는 올해 장관급으로 격하됐고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 관련 언급을 최대한 줄이라’는 요구가 미국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후 처음 참석하는 것이지만, 일정은 예년보다 짧다. 원래 NAC 본회의가 2, 3차례 열리곤 했으나 이번엔 한 차례만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체 일정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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