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밖에 나가기 무서워” 한인들 ‘불안’

2025-06-12 (목) 0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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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한인들 “헬기·사이렌 소리 불안”

▶ 총영사관-한인회 “시위 현장 접근 자제” 당부

LA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수일째 이어지면서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불안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현재 시위가 불법이민자들이 체포·구금된 LA 다운타운(LADT) 지구 내 연방 구금센터 일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다운타운에 거주하는 일부 한인들은 신변에 대한 불안감과 소음·교통체증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다운타운 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한국인 송모(36) 씨는 “아파트 인근 거리에 시위대가 행진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관리사무소에서 안전 문제를 이유로 2개 출입구 중 한쪽을 아예 닫아버렸다”며 “지난 주말에는 밖에 나가기가 무서워서 집에만 있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또 “밤낮으로 경찰 헬기가 날아다니는 소리와 경찰차 수십 대가 지나다니며 내는 사이렌 소리가 끊이지 않아 너무 시끄럽다”며 “집이 시위 현장과 약간 떨어져 있고 외출할 때는 차를 타고 다녀서 시위대를 직접 마주칠 일은 없지만, 아무래도 주변 분위기 때문에 계속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전날 오전에는 시위대의 소요 사태 여파로 도심을 지나는 주요 고속도로가 아예 통제되면서 송씨의 남편이 직장으로 출근할 때 먼 길로 우회해 가야 했다고 송씨는 전했다.

아울러 다운타운 내 그래미 박물관과 체육관·공연장인 크립토닷컴아레나 등이 몰려 있는 지역 일대에서도 시위대 행진이 이어지면서 도로가 통제돼 이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LA총영사관과 LA한인회는 현지 체류 한국인들과 교민들에게 안전을 위해 시위 현장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5년 전인 2020년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 당시와 비교하면 이번 시위는 피해 규모나 정도가 훨씬 덜한 것으로 진단됐으나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8일 엑스(X·옛 트위터)에 1992년 ‘LA 폭동’ 당시 한인 자경단의 사진을 올린 일을 지적하며 “괜히 한인들에게 불똥이 튀어 또다시 시위대의 표적이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

LA한인회의 한 관계자는 “LA에 배치됐다는 해병대가 아직 (시내에서) 보이지는 않는데, 실제로 시위 현장에 배치되면 시위대가 어떻게 나올지, 더 극렬하게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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