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 대학가에서 뜨거웠던 친팔레스타인·반전 시위에 앞장섰다가 최근 이민당국에 체포된 컬럼비아대 대학원생이 정부 손을 들어준 법원 판결로 추방될 위기에 놓였다.
11일(현지시간) AP와 로이터 통신, N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루이지애나 이민 판사 제이미 코먼스는 미국 정부가 컬럼비아대 대학원생 마흐무드 칼릴(30)을 추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칼릴은 지난해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격화했을 당시 시위대 집행부 일원으로 대학 측과의 협상과 언론 대응을 맡았었다.
그는 지난달 8일 컬럼비아대 캠퍼스 인근의 대학 소유 아파트에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 의해 체포된 뒤 루이지애나에 있는 이민자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시리아의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서 태어난 그는 알제리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다. 그의 아내는 미국 시민권자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날 코먼스 판사는 그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미 국무부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칼릴의 "과거, 현재 또는 예상되는 신념, 진술 등을 통해 그가 미국에 머무르도록 허용돼야 하는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이민자들의 체류 비자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1952년 제정된 이민·국적법 조항에 두고 있다.
해당 조항은 미 국무장관이 "미국에 잠재적으로 심각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판단되는 이민자를 추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칼릴 측은 국무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법원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칼릴은 이날 "적법 절차와 근본적인 공정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런 원칙들 중 어떤 것도 오늘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것이 바로 트럼프 행정부가 나를 가족으로부터 1천마일 떨어진 이 법정으로 보낸 이유"라고 말했다.
칼릴의 변호인단도 "이것은 끝나지 않았고, 우리의 싸움은 계속된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달 국무부가 300명이 넘는 유학생의 체류 비자를 취소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또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대학 캠퍼스 시위대를 "미치광이들"로 지칭하면서 "만약 당신이 도서관을 파손하고 캠퍼스를 점령하고 온갖 미친 짓을 하려고 이곳에 온다면,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계속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