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호관세 파장·각국 대응] “가장 큰 피해자는 미 소비자”… 침체 확률↑

2025-04-03 (목)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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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10%·이후 국가별 부과

▶ EU·캐나다·중국 등 강력 대응
▶ 한국, 25% 부과에 ‘비상등’

[상호관세 파장·각국 대응] “가장 큰 피해자는 미 소비자”… 침체 확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메가톤급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신 보호무역 시대’로의 전환에 중대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특정 국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특정 품목을 겨냥했던 ‘트럼프표 관세 폭탄’이 사실상 전 세계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상호관세는 보편관세 성격의 기본관세와 국가별 관세, 두 가지로 구성됐다. 전세계 각국에 10%의 기본관세를 오는 5일부터 부과하고, 거기에 더해 각국의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감안해 책정하는 국가별 관세를 9일부터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이다. 19세기 미국의 모든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던 ‘관세왕’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1897∼1901년 재임) 이후 가장 강력한 관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을 ‘미국 해방의 날’로 규정해온 것에서 보듯 이번 상호관세는 취임 이후 벌여온 관세전쟁의 클라이막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상호관세는 관세 장벽을 낮추는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세계화 물결을 주도했던 미국이 그 물결을 ‘무역보호주의’로 후퇴시키는 상징적 행보로 기록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상호관세 발표에 맞서 다른 나라들도 고강도 대응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기존 철강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에 상호관세에 대한 맞대응 관세도 더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일 “우리는 보복을 원치 않지만, 강력한 보복 계획을 갖고 있으며 필요하면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도 “어떤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겠다”라면서 맞대응 방침을 밝혔다. 같은 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압박과 협박이 계속되면 단호하게 반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자국을 타깃으로 한 기존 관세에 대응해 석탄, 액화천연가스(LNG)에 더해 농산물에 보복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자국 기업의 대미국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보도도 나오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멕시코의 경우 즉각적인 보복 관세 부과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일부 국가는 향후 협상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관세를 대부분 폐지한 나라들은 맞불 관세 대열에 합류할지, 미국의 일방적 협정 파기를 감내하며 새로운 합의를 모색할지를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FTA 체결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FTA 비체결국인 일본(24%)보다 높은 25%의 상호관세율이 적용됨에 따라 대미 무역은 물론 전체 무역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전세계 무역질서를 바꾸는 것은 물론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를 짓눌러온 인플레이션을 다시 재점화하는 한편 부메랑이 돼 소비자들에게 돌아올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12개월 후 미국 경제의 침체 확률을 기존 20%에서 35%로 상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의 가장 큰 문제는 관세의 파급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단기간 내 경기 침체를 촉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지만 불확실성은 조기에 제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상황에 대한 더 많은 ‘확실성’ 확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왜냐하면 우리의 연구가 말해주듯 불확실성은 더 장기화하면 할수록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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