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국인이지만 국교 신자와 필그림(Pilgrim)의 삶의 방식은 하늘과 땅만큼 상이(相異)했다. 버지니아로 들어간 국교 신자는 따뜻하고 비옥한 땅에서 노예와 하인을 부리며 호화롭게 살았다.
그들의 삶은 부요가 넘친 나머지 방만했고 무질서했다. 반면, 엄동설한의 땅 플리머스로 들어간 필그림은 시종일관 헝그리 정신으로 살았다. 철저한 개척정신, 청빈, 겸허, 감사는 필그림의 좌우명이었다.
필그림은 하나님의 섭리를 확인하면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감행하는 창조적 소수자로 살았다.” (스테펜 톰킨스의 ‘The Journey to the Mayflower’ 중에서)
청교도주의는 17세기의 부패한 영국사회와 영적 활력을 잃고 방황하는 국교회를 개혁하려는 소수의 신앙인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1세와 영국 국교회지도자들은 단호했다. 청교도의 개혁운동을 허용하지 않았다.
여왕은 청교도를 핍박했고 국교회는 교권을 행사하여 차별했다. 하는 수 없이 청교도 무리는 영국을 떠나 네덜란드로 피신했다.
네덜란드는 청교도에게 신앙적 자유를 보장했으나 경제적 안정은 보장하지 않았다. 또 다시 청교도는 네덜란드에서 방황했다. 이때 탁월한 두 지도자가 나타났다. 존 로빈슨(John Robinson)과 윌리엄 브래드포드(William Bradford)이다.
두 지도자는 남다른 역사적 안목을 지녔다. 두 지도자는 일찍이 아메리카 신대륙이 청교도의 새 가나안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두 지도자는 예배 모임 때마다 ”우리 모두 새로운 아메리카로 갑시다” 라고 외치면서 또 한 번의 도약을 고취시켰다. 이때 아메리카 행을 자원한 그룹이 필그림이다.
‘사시카이아(Sassicaia)’ 라는 명품 포도주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 명품 포도주 브랜드다. 1968넌 전 까지는 사시카이아는 그저 그런 일반 포도주 브랜드일 뿐 이었다. 하지만 이 평범한 포도원에 새 주인이 나타났다.
그 이름이 마리오 인치사 로케타(Mario Incisa Rocchetta)이다. 새 주인이 된 로케타는 모든 포도나무를 산비탈 자갈밭으로 옮겨 심었다. 매일 암반수를 퍼 나르며 마치 자신의 어린 자녀처럼 포도나무를 섬세하게 보살피며 키웠다. 40년이 지나자 산비탈 박토의 자리에서 세계가 깜작 놀란 품종이 도약했다.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4단계로 분류했다. 심미적 단계, 윤리적 단계, 종교적 A 단계, 종교적 B 단계가 그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종교적 A단계에서 종교적 B단계로의 상승이다.
이성의 힘이 삶의 모순을 견뎌내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때 인간의 영이 하나님의 영을 만남으로 이루어진 인간 실존의 초극적(超克的) 도약사건을 말한다.
이 세상에는 부모와 형제, 배우자, 친구, 스승, 후배 등 여러 형태의 만남이 있다.
이 중에 가장 소중한 만남은 예수님과의 만남이다. 인류역사를 더듬어 보면 저주와 슬픔 속에서 어두움의 삶을 살았던 인생들이 예수님을 만난 후에 삶의 빛깔이 달라진 도약 이야기가 수없이 기록되어 있다.
모순의 벽 앞에서 우왕좌왕하지 말라.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삶의 관성에서 단호히 돌아서라. 박제(剝製)의 삶을 거부하라. 정주하지 말고 유목민처럼 도약하라. 키에르케고르는 말했다.
“기적은 도약을 통해 나온다. 관성에만 매달리는 삶에는 출구가 없다.” 사람에겐 초월을 사모하는 영혼의 갈망이 있어서 단 한 번의 운명적 만남으로 삶의 획기적 도약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