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 오르기는 유럽도 마찬가지… “바다 건너면 사치품”
최근 달걀 공급 부족 사태를 겪는 미국이 유럽 여러 나라에 달걀을 수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유럽 역시 공급이 넉넉하지 않은 데다 크리스마스와 함께 달걀 대목으로 꼽히는 부활절을 앞두고 있어 미국까지 도울 여력은 없다는 반응이다.
21일 블룸버그·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이탈리아·폴란드·리투아니아 주재 대사관을 통해 각국 양계업계에 달걀을 수출할 수 있는지, 물량은 얼마까지 가능한지 문의했다.
폴란드 양계협회의 카타지나 가브론스카 대표는 "2월에 바르샤바의 미국 대사관이 달걀 수출에 관심이 있는지 물었다"며 "폴란드와 유럽 시장 모두 빡빡한 상태여서 물량에 대해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난색을 보였다. 리투아니아 양계협회는 발트해 연안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수출이 우선이라고 했다. 잔 루카 바냐라 이탈리아 달걀생산자협회 대표는 "적극 돕고 싶다"면서도 이탈리아 생산량의 10% 정도만 수출하기 때문에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조류 인플루엔자와 산란계 대량 살처분 여파로 달걀값이 최근 1년 사이 배로 뛰었다. '에그플레이션''(eggflation·달걀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에 멕시코에서 달걀을 밀수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세계 각국에 수출을 요청하고 있다.
그린란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덴마크, 유럽 최대 달걀 소비국이자 '순수입국'인 독일도 같은 요청을 받았다. 한국과 튀르키예 등은 미국 수출량을 늘리기로 했으나 유럽은 수출 요청에 답하지 않고 있다.
EU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달걀 도매가는 100㎏당 276.11유로로 1주일 전에 비해 2.6%, 한 달 만에 12.2% 올랐다. 유럽 최대 달걀 생산국인 프랑스를 비롯해 폴란드·헝가리·포르투갈 등 곳곳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사룟값도 폭등한 탓이다.
유럽 업계는 자체 수요를 채우기도 벅차다는 입장이다. 대서양을 건너는 운송비용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부활절도 미국 수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EU는 지난해 1∼11월 달걀 33만4천t을 역외로 수출했으나 이 가운데 영국(13만7천t)과 스위스(4만1천t) 등 물류비용이 덜 드는 주변국 수출이 절반 이상이었다. 수입 달걀 역시 우크라이나와 영국산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EU의 달걀 생산량과 소비량이 거의 같다며 "운송 비용을 감안하면 독일산 달걀은 바다 건너에선 사치품에 속한다"고 논평했다.
독일 양계협회의 한스페터 골트니크 대표는 "부활절 이전에 달걀이 다 떨어지진 않을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도 일시적으로 품절될 수 있으니 사재기는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