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미국의‘Presidents’Day’와 조국의 현실

2025-02-26 (수) 07:55:25 노재화/전 성결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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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1월 21일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도날드 트럼프가 취임식을 가졌다. 초대받지 못한 나로서는 중계 TV를 통해서 여야 전직 대통령 부부들의 참석을 보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부럽고 역시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종주국의 면모를 보는것 같았다.

더욱이 미국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과 16대 링컨 대통령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대통령 기념일(Presidents’ Day)’로 매년 2월 셋째 월요일을 지정하여 국가를 위해 헌신한 대통령들을 기리는 전통으로 이어져왔다고 한다.

물론 미국의 대통령들도 정치적 논란이나 역사적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전직 대통령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되지는 않았다고 본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그의 불법 체포로 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측과 헌법재판소의 증인 심문 등을 보면서 이념과 체제 전쟁으로 비쳐졌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건국 대통령으로부터 20대에 이르는 동안, 왜 한국 대통령은 망명, 타살, 탄핵, 감옥, 자살 등 불행한 대통령의 길을 걸어야만 했던가. 이 또한 기성세대로서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 담임 선생님이 장래 꿈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에는 반 몇몇 친구들은 대통령이나, 아니면 최소한 시골의 면장이었다. 그 이유로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최고의 꿈이자,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로서의 영광을 상징하는 자리이기도 하였기에 많은 아이들이 대통령을 꿈꾸며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싶어했다. 자라나는 세대의 꿈은 국가 미래 발전에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한 조사에 의하면, 요즈음 초등학교 학생의 꿈이나 장래 희망은 연예인이나 예술가 같은 직업을 선호하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물론 사회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예술을 포함한 모든 분야가 골고루 발전하여야 함은 자명한 이치이다.

우리의 현실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전직 대통령들이 법적 문제에 연루되고, 정치적 갈등 속에서 극단적인 평가를 받으며, 결국 국민들의 실망을 사는 경우가 반복되어 왔다.

이제는 꿈을 꾸며 자라나는 초등학생들 조차도 대통령은 앞서 언급한 망명, 타살, 탄핵, 감옥, 자살 등의 불명예를 안거나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바라보게 되었고, 대통령직이 아이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가 분명해졌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대통령을 꿈꾸지 않는 것 뿐 아니라 정치가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 버렸고, 오히려 인기 연예인이나 유튜버, 예술가처럼 사회적 영향력은 크면서도 개인적인 리스크가 적고 자유로운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정치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명성을 중시하는 시대적 변화도 한 몫 하였다고 본다.


이러한 변화를 바라보며 기성세대로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단순히 “요즘 애들은 생각이 짧다”고 비판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리는 과연 이러한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기성세대로서 우리가 만들어 온 극단적인 이념의 편향성, 내로남불의 사고, 그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종된 사회를 불식하고, 타협과 양보, 고도의 정치적 테크닉을 통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해결책으로는 우선 대통령직이 명예로운 자리라는 인식을 회복하고, 올바른 가치관과 책임감을 가진 리더로서 존경받는 리더십과 건강한 정치 문화를 함양하며,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여야 한다. 둘째로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게 건전한 비판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토론 문화를 가르쳐야 한다.

셋째로 이를 토대로 아이들이 존경할 수 있는 지도자를 꿈꿀 수 있도록 교육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최소한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도 조만간 그토록 부럽던 자랑스런 ‘대통령날’을 기념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지 않을 까! 기대해 본다.

<노재화/전 성결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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