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생각] “70여 년 전에 있었던 에피소드”

2025-02-26 (수) 07:53:49 임형빈/한미충효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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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잠에서 깨자 느닷없이 70년 전의 생각이 떠오르며 밤잠을 설친 일이 있었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30세 무렵 5.16혁명이 일어났고 당시 조선 운수 주식회사와 미곡 창고 주식회사를 합방 대한통운 회사로 명칭이 변경됐다.

나는 그때 대한통운 영업과 사고 계장 직분에 있으면서 6명의 부하 직원과 같이 모든 사고에 대하여 조사 처리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체신부에서 미국으로부터 신형 전화기를 주문, 수천 대가 부산항에 입항, 화물 차편으로 서울역에 도착 중에 300여대가 도난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

체신부에서도 큰 관심사이거니와 수송책임을 진 대한통운 역시 난감한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사고 계장인 내가 조사에 착수하게 되었다. 우선 그 화물열차가 중도에 정차했던 곳을 알아보니 수원, 대전, 대구였다. 수원으로 내려가 전화기 상점을 모두 알아보았으나 별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고 다시 대전, 대구 등에서도 별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국제시장으로 달려가 전화기 도매상을 방문, 전화기 상인으로 가장 해 전화기를 사러 왔다고 했다. 점주 왈 마침 신형전화기가 입하되었다 한다. 그럼 7~80대도 가능하냐고 했더니 100여대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단서를 포착한 나는 또 다른 도매상을 방문하여 같은 수법으로 물었더니 거기서도 100여대가 있다고 한다. 다른 도매상을 방문하니 여기서도 같은 대답이 나왔다. 그 후 부산경찰서에 의뢰해 형사 2명을 대동하고 3개 도매상을 급습, 점주는 구속되고 장물(전화기)이 모두 회수됐다.

당시 상황을 추리해 보니 호송 대원 3사람이 동승한 사실을 감안할 때 분명 이들의 소행이 직감 들어 인적 관계서를 가져가 잡혀온 점주들에게 사진을 보고 골라보라 했더니 3명이 지목되었고, 형사들이 그들 집을 급습 모두 체포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리고 부산 경찰서장이 지점장에게까지 전화를 해서 이번 성과를 올리게 된 것은 본사에서 오신 형사님(나를 두고 한 말)의 큰 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감사를 표했다는 것이다.

급기야 사건 전말이 본사에 보고되고 사장님으로부터 표창장과 더불어 과장 대리로 승진하는 영예도 받게 되었으니 회사 내에 일시에 유명 인물이 되고 말았다. 또 한번은 이런 유명세를 타고 과장 대리에서 과장도 거치지 않고 천안 지점장 발령을 받게 되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기쁨이 솟아난다.

7~80년 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줄줄이 생각이 떠오르니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기에 그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뿐이다.

<임형빈/한미충효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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