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이든 정부, 막판까지 ‘中 AI 굴기’ 견제…트럼프 이어갈까

2025-01-13 (월) 10: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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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다수 국가에 AI칩 수출 상한 설정 또는 금지…對中 규제 구멍막기

▶ 초당적 ‘중국 견제론’과 업계 반대 사이에서 트럼프 선택 주목

바이든 정부, 막판까지 ‘中 AI 굴기’ 견제…트럼프 이어갈까

조 바이든 대통령 [로이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종료 일주일을 앞둔 13일 발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신규 수출 규제는 중국 'AI 굴기' 견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포함 18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은 미국 기술이 들어간 첨단 그래픽 처리장치(GPU) 등 AI 반도체 구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중국·북한·러시아 등 20여개 '우려국가'는 계속 구입할 수 없도록 차단하며 동맹도, '우려국가'도 아닌 중간지대의 나머지 국가들에는 구입 수량에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 이번 규제의 핵심이다.

이번 조치와 관련한 미측 공식 발표에 '중국'은 적시돼 있지 않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이 미국의 기존 AI 반도체 수출 통제망을 우회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분석한다.

미국의 동맹도, 적국도 아닌 '중간지대'의 100개 이상 국가들에 수출된 AI 반도체가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것을 막고, 중간지대 국가의 데이터센터가 중국의 '외주'를 받아 중국의 AI 훈련 설비 역할을 대행할 수 없도록 하려는 포석이 엿보이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신뢰할 수 없는 국가나 기업에는 데이터센터 건립에 필요한 다량의 GPU를 미국으로부터 구하기 어렵게끔 규제하면 AI 발전의 산실 역할을 하는 데이터센터는 주로 미국과 동맹국들에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 이번 조치에 담긴 미국의 속내로 읽힌다.

반대로 중국과 친중 국가들은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기 어렵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현재 우리 (AI) 모델이 중국과 비교할 때 6∼18개월가량 앞서고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매 순간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중국을 포함한 경쟁자들이 미국 하드웨어를 축적하거나, 제3국에 원격 전산 시설을 세우는 노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전면적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은 하지 않는 대신 미국의 안보에 도전이 되는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등 특정 분야에서 담장을 높게 세우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차단)을 표방하며 중국의 AI 발전을 견제하는 데 총력전을 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8월 중국군이 AI 구현 등에 쓰이는 GPU 등 반도체 제품을 군사용으로 전용할 위험이 있다며 엔비디아와 AMD에 관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당시 엔비디아의 A100과 그 업그레이드 버전인 H100의 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또 같은 해 10월부터는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 그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와 부품을 수출하는 것을 제한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양자컴퓨팅, 첨단반도체 제조 등의 핵심 신흥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신설했는데, 이 또한 중국을 겨냥한 조처로 풀이됐다.

이어 지난달에는 AI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는 20일 정권을 넘기기 이전까지 남은 수일간 중국이 미국 기술이 들어간 최첨단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관건은 이번에 발표된 조치가 일주일 후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실행될지 여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만든 각종 규제를 대거 손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의 국가안보와 결부된 '중국 견제'와 연결되는 규제를 없애려 할 경우 일부 기업은 환영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중국 견제에 관한 한 초당적으로 형성돼 있는 미국 조야의 공감대와, 광범위한 국가들을 상대로 한 이번 신규 수출통제에 대한 관련 업계의 반대 목소리 중 트럼프 당선인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을 모으는 형국이다.

업계로부터는 신규 규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온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AI 반도체 최강자 엔비디아는 블룸버그에 보낸 성명에서 "세계 대부분에 수출을 제한하는 규정은 (AI 반도체) 남용 위험을 줄이기는 커녕 경제 성장과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는 중대한 정책 전환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또 켄 글릭 오라클 부회장은 블로그에서 "미국 기술 업계를 타격한 역대 가장 파괴적인 규제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정보기술 업계 단체인 '정보기술산업위원회'는 이 같은 신규 규제 방침이 언론보도로 알려진 지난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규제가 서둘러 시행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이 분열되고 미국 기업에 불이익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업계의 이견을 의식한 러몬도 상무장관은 시행까지 120일의 상대적으로 긴 '여론수렴 기간'을 설정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가 업계 입장 등을 반영해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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