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주권만으론 안심 못한다”… 시민권 신청 문의 급증

2025-07-09 (수)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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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이민 단속에 불안
▶ 한인 이민자들 압박 느껴

▶ 시민권 심사도 대폭 강화
▶ 실제 신청 케이스는 주춤

“영주권만으론 안심 못한다”… 시민권 신청 문의 급증

오렌지카운티 부에나팍에 위치한 비영리단체 코리안 커뮤니티 서비스(KCS)의 함자혜 이민 케이스 매니저가 시민권 신청 상담을 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LA 다운타운에 거주하는 영주권자 50대 문모씨는 매년 여름 병석에 누워 계신 어머니를 뵙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왔지만, 올해는 끝내 포기했다. 몇 년 전 음주운전(DUI) 전력이 있는 데다, 최근 연일 이어지는 이민 단속 강화 소식에 재입국에 대한 불안함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씨는 “구순을 바라보는 노모께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혹시라도 DUI 기록이 문제가 되어 다시 입국하지 못하게 될까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요즘은 안타까운 마음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시민권을 미리 취득해 두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이민자 커뮤니티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합법적인 거주 신분을 가진 한인 영주권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민 정책이 더욱 엄격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민권 취득에 대한 관심과 문의는 늘어나고 있으나, 심사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는 체감이 확산되면서 실제 시민권 신청 건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민법 전문 김형걸 변호사는 “작년 하반기 대선 전에는 트럼프 당선 시 시민권 취득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문의가 급증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심사가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많은 분들이 신청을 주저하거나 미루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시민권이 필요함에도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까 걱정해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민법 자체가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이민자들이 체감하는 불확실성과 압박은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시민권이나 영주권 심사 과정은 과거보다 한층 강화된 분위기다. 김 변호사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민권자의 배우자를 통한 영주권 신청은 인터뷰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승인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100% 인터뷰가 진행된다”며 “심층 심사를 통해 꼬투리를 잡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신청자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렌지카운티 부에나팍에 위치한 비영리단체 코리안 커뮤니티 서비스(KCS)의 함자혜 매니저도 비슷한 상황을 전했다. 함 매니저는 “연초에는 시민권 신청이 느는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주춤했다”며 “최근 이민 단속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다시 신청 문의가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함 매니저는 이어 “시민권 신청 처리 속도가 예전보다 느려지고, 추가 서류 요청도 크게 늘었다”며 “이전에는 문제가 없던 부분까지 꼼꼼히 검토하는 등 전반적인 심사 강도가 높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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