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더운 여름날 새벽이었다. 한 강도가 칼들 들고 방정환 선생의 안채에 침입했다. 언뜻 보니 젊은 청년이었다. 방정환 선생은 집에 있는 돈을 다 털어 3백 90환을 강도의 손에 쥐어 준 다음 날이 밝기 전에 어서 가라고 했다.
황급하게 돌아서는 강도에게 ‘돈을 얻었으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가야지 그냥 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 고 말했다. 강도는 짐짓 놀라 뒤를 돌아보고는 ‘고맙소’라고 소리 치고 쏜살 같이 달아났다.
몇 시간 지난 후다. 수갑에 채워진 한 젊은이가 순경과 함께 방정환 선생의 집에 나타났다. ‘이놈이 오늘 새벽 선생의 집을 침입해 돈을 털어 갔다고 자백했는데, 이놈이 그놈 맞죠?’ 라고 물었다. 방정환 선생은 말했다. ‘그 사람은 강도가 아니오.
잠시 돈을 빌려줘서 고맙다고 나에게 인사까지 하고 간 귀한 손님이니 풀어주시오.’라고 말했다. 도둑 청년은 방정환 선생의 파격적 포용에 감동했다. 그 후로 청년은 평생 방정환 선생을 따르는 제자가 되었다. (‘소파 전집’ 중에서)
인간관계의 변화는 관계의 질에 달려있다. ‘용서와 포용’이 있는 곳에 인격적 관계는 무르익는다. 예수는 용서와 포용의 대가다.
예수의 제자 중에는 실패와 배반으로 그 인생이 얼룩진 베드로가 있다. 그때 마다 예수는 베드로의 실패가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감동적인 용서와 포용으로 보여 주었다.
베드로를 향한 예수의 용서와 포용방식은 독특했다. 첫째, 베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았다. 둘째, 베드로의 실수를 스스로 깨닫도록 했다. 셋째,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이 무엇인지 알게 하기 위하여 베드로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주었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제시한 새로운 삶의 비전은 ‘인류에게 봉사하는 목자’가 되라는 것이었다. 산비탈과 들판에 흩어져 있는 양떼를 돌보고 먹이는 자세로 방황하는 인류를 봉사하라는 예수의 분부는 베드로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고 인류 역사의 큰 영향을 끼쳤다.
로버트 레슬리는 말한다. “실패를 통해 용서와 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성숙함의 표시중의 하나다. 성숙한 사람은 실패 때문에 파멸되지 않고 오히려 실패에서 도약의 기회를 얻는다. 그 도약은 이웃에 대한 봉사와 헌신이다.” 누가 참 리더인가. 기꺼이 자신을 내놓고 섬김과 봉사의 삶을 사는 사람이 참 리더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자비량 선교단체 WEC의 미국 본부가 필라델피아에 있다. 미국 본부의 총책임자인 짐 레이모 목사가 몇 년 전에 이임 인사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았든지 사람의 나이가 50이 넘으면 자신을 위해서 살지 말아야 한다.” 예수는 말씀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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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