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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인연의 마지막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2024-11-29 (금) 제니퍼리/듀오USA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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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면서 부모 형제와 인연을 맺고 연인을 만나 결혼을 하며 우리는 삶 속에서 생각지 못한 인연을 차곡차곡 쌓기도 하고 때로 포기하기도 하는 시간을 운명처럼 맞이한다.

20년 전쯤, 우리 부부는 둘만 살며 허전해하던 차에 우연히 진돗개 백구를 입양해 키우기 시작했다. 서로 마음껏 사랑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았다. 똑똑하고 영특하고 건강한 백구는 잘 뛰어다녔고 늘 든든했다.

그렇게 17년여를 우리 옆에 있다가 백구는 제 삶의 시간을 모두 채우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끝까지 인연을 사랑으로 버티어 준 우리 백구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인연이 닿아 있는 동안 서로에게 진심을 다했던 우리는 그렇게 마지막을 받아들였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 늘 가슴 아픈 장면들을 마주하게 된다. 식구들과 사랑을 주고받던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버림을 받아 철창에 있는 모습을 보면, 한번 맺기도 힘든 인연을 이렇게 쉽게 포기하다니 싶어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다. 사랑으로 맺은 인연이 이렇게 끝날 줄 누가 알았을까.

오래 전에 작고한 친정 아버지와의 마지막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노년에 몸이 많이 쇠약해져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입버릇처럼 30년 넘게 지낸 ‘우리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가을이 되면, 집 마당에는 먹음직스러운 노란색 모과가 주렁주렁 열렸고, 집 안팎은 떨어진 모과를 담아 가려는 동네 사람들로 늘 북적북적했다. 연못에는 잉어를 키웠고, 동물을 좋아한 아버지 덕에 고양이와 강이지도 키웠다. 주말이면 마당 잔디를 깎고 식탁에 모여 앉은 가족들과 도란도란 아침식사를 하며 보낸 따뜻한 시간들이 집안 곳곳에 쌓여 있었다.

아버지는 삶을 보내며 쌓은 인연의 흔적들로 가득한 집을 그리워하며 병원 침대에서 맞이할 마지막을 끔찍해했다.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걱정은 잠시 뒤로하고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 왔지만 상태가 안 좋아져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고, 한 달 후 아버지는 그렇게 싫어하는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생사를 오가는 시간 동안 삶 속에서 맺은 인연들 혹은 추억들과 어떤 이별을 하며 떠났을까? 아마도 포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 역시 아버지와의 마지막이 인연 포기는 아니었다.

사회에서 많은 이슈가 되고 언론 기사화 되는 일들이 있다. 자식이 부모를 버리고 버려진 부모는 외로이 생을 마감하고, 어찌어찌하여 부부가 인연을 끊고 또 부모가 자식을 버려 홈리스가 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버리고 버려지는 관계의 단절 속에서 일생을 괴로워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이런 단절과 고통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드러나기도 한다. 거리에 점점 넘쳐 나는 홈리스들도 가족이 있을 것이다. 태어나면서 혹은 결혼하면서 필연처럼 맺은 인연, 그 가족들은 홈리스가 된 자식, 배우자, 형제와의 관계를 포기한 것일까 버린 것일까?


무엇이 되었든,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인연의 마지막은 고통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듯하다.
지금까지 인생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겠지만, 살다 보니 인연을 대하는 나름의 방식이 생겼다.

이제는 타인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자식과의 관계, 형제와의 관계에서 마음 상하고 골치 아픈 관계는 하나둘씩 포기하기도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효과가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연을 포기하되, 상대의 안녕을 비는 마지막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운명처럼 결혼 인연을 맺어 주는 일을 오랫동안 하고 있다.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책임감을 느끼며 ‘포기하지 않고 이별 고통 없이’ 따뜻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 수 있는 인연을 맺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Disown’을 주제로 이 글을 쓰며 삶 속 인연의 마지막 단면을 꺼내어 보고 있지만, 듀오에서 그 말은 잔인할 수 있다. 나 역시 인연을 맺고 때로 포기하기도 하지만, 그 선택이 늘 안녕하지만은 않다.

지금처럼 요양원에 가지 않고 좋은 인연을 맺어 주는 일에 진심을 다하면서도 인간이기에 점점 ‘Disown’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제니퍼리/듀오USA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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