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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며] 미국이 두 나라?

2024-11-15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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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몇 달 남기고 서울에 온 내게 모두 물었다. 누가 다음 미국 대통령이 될 거 같으냐?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 카멜라 해리스는 인기가 좋은가?

7월말, 존에프 케네디 공항 가판대에는 트럼프 초콜릿이 산더미처럼 쌓인 채 팔려나가고 있고 바이든 초콜릿은 몇 개 남지 않았었다. 조 바이든이 7월21일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한 시점이라 더 이상 바이든의 얼굴을 겉표지로 한 초콜릿은 생산되지 않았던 것이다. 열흘 후 서울에 온 딸은 해리스 초콜릿을 사왔다. 후보가 바뀌면서 초콜릿이 새로 나온 것이다.

11월5일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를 제47대 대통령으로 맞이하게 되면서 한국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은 ‘머니 머신’, 마땅히 돈을 내야 한다. 미군장병 3만5,000명이 한국에서 위험 속에 복무하고 있다”고 지난해 3월 소셜미디어 동영상을 통해 한 트럼프의 말이 회자되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을 지금보다 약 9배 많은 연간 100억달러를 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신문방송은 트럼프 정부의 더 세진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맞선 대응방안, 한미동맹 및 영향 등 경제분야별 긴급회의와 토론회 등을 연일 내보내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이후 미국의 향방이 눈에 보이는 듯, 예측불허인 것이 그는 언제라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와 혼돈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반도가 보인다.

최근 책 두 권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코리아: 2024 미국 대선, 도널드 트럼프의 말과 한국의 미래’(저자 구갑우 교수와 박유현 통역사)는 지난 1년여간 선거유세와 방송을 통해 트럼프가 한 말을 주로 담고 앞날을 예측했다.

“이 사람들은 진짜 머니 머신이라니까요?” 섬뜩하지 않은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게 보호무역을 옹호하는 그는 “관세는 자신이 들어본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한다. “김정은에게는 핵무기가 있다.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상대와는 좀 다르게 말하게 된다”, 핵무기 없는 한국의 설움을 돌아보게 만든다.
또 한 권의 책은 요즘 교보문고 가판대에서 잘 팔리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원더랜드’로 내용을 잠시 살펴보자.

‘미국의회는 정치, 입법, 재경, 문화, 군사문제로 심각한 갈등과 논쟁을 벌인 끝에 새로운 연방공화국의 탄생을 결정했다. 미합중국이었다가 2036년 두 나라로 분리된 연방공화국과 공화국 연맹은 끔찍한 이혼소송을 겪은 예전부부처럼 서로를 미워하고 적대시했다.’
‘휴스턴, 댈러스, 내슈빌 같은 곳은 미국 분리를 찬성하는 도시로 이동했고 미시건주와 일리노이 주는 연방공화국에 포함되었다. 군이 주 경계를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25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행하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 50만 명에 육박했다.’

공화국 연맹은 기독교 근본주의가 바탕이 된 사회로 소수자와 여성을 억압하고 중세시대처럼 공개처형으로 죄인을 처벌한다. 또한 사회복지프로그램이 일제히 중단된다. 연방공화국은 민주공화국으로서 여성의 임신중지 자기 선택권, 동성애자 자기 선택권을 갖게 하나 안전과 편의를 위해 국민들에게 마이크로칩을 생체이식하여 모든 것을 감시한다.

2036년 좌파 기반의 연방공화국, 우파 기반의 공화국 연맹으로 분리된 두 나라는 서로 자기 체제가 옳다고 주장하면서 첩보전을 벌이고 총구를 겨눈다. 2045년, 소설의 주인공 연방공화국 정보국 특수요원 샘 스텐글은, 적국 첩보원 제거 임무를 띠고 중립지대로 위장잠입하는데, 상대는 바로 이복자매이다. 머잖은 미국의 미래를 다룬 SF, 첩보스릴러물이라고만 하기에는 미국이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나타냈다.

오늘날, TV의 대선 개표결과를 나타낸 빨강과 파랑으로 양분된 지도를 보면서 다들 무엇을 느끼는가.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비방하고 적대시하면서 미국 분열의 씨앗은 뿌려졌다. 전세계에서 온 이민자가 세운 나라 미국은 다양성, 다름이 특징이고 개성이다. 이를 거부함으로써 불신과 증오의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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