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디캠 영상 공개 후 빅토리아 이씨 가족 처음으로 입장 밝혀
▶ “방패 · 테이저건 있었음에도 우선사용 노력없어”
16일 공개된 바디캠에서 빅토리아 이씨의 모친이 개가 짖자 들어오지 말라고 요청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잠시 후 경찰 총에 맞아 사망한 빅토리아 이씨. [포트리 경찰 바디캠 캡쳐]
▶ “비무장 상황에서 문 부수고 들어와 총격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
“경찰의 과잉대응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뉴저지 포트리에서 조울증을 겪던 빅토리아 이씨가 경찰의 총격으로 인해 사망하는 장면이 담긴 바디캠 영상이 공개된 이후(본보 8월19일자 A 1면) 이씨 가족이 경찰의 과잉대응이 비극의 근본 원인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씨의 아버지는 1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6일 뉴저지주검찰이 공개한 바디캠 영상과 음성에서 경찰의 과잉대응 문제가 분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바디캠 영상 공개 이후 이씨 가족의 입장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그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정신건강 위기 속에 있던 빅토리아를 진정시키려는 노력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강제로 부수면서 아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경찰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이라며 “문이 강제로 열렸을 당시에도 빅토리아는 누구를 해치려는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경찰은 곧바로 총격을 가했다. 총격 당시 영상에는 현장에 있던 또 다른 경찰들이 방패와 테이저건 등 비살상 진압 도구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이를 우선해서 사용하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족을 대리하는 조석진 변호사는 이날 인터뷰에 동석해 “공개된 영상에서 이씨는 경찰에 피격되기 직전 오른손에 대형 생수통을 들고 있고, 왼손은 어머니가 붙들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오른손잡이인 이씨가 오른손에 생수통을 들고 있었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공격 의사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주검찰이 가족 등에게 바디캠 영상을 공개했을 당시 검찰 측은 경찰 총격 직전 빅토리아 이씨가 손에 칼을 쥐고 있었다는 내용은 언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사건 발생 당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총격 직전 상황은 설명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칼이 발견됐다고만 밝힌 바 있다.
공개된 바디캠 영상에 따르면 포트리 경찰이 아파트 현장에 도착해서 총격 직전까지 이씨가 칼을 쥐고 있는 모습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특히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잠시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안에 있던 이씨와 어머니의 모습을 확인했을 때도 이씨는 어머니 뒤에 서서 왼손으로 경찰을 손가락질하며 “물러서라”고 소리쳤지만 칼은 손에 쥐지 않은 모습이었다.
또 어머니는 이씨 앞에 서서 “제발 들어오지 말라”고 경찰에 애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만약 이씨가 자해를 하거나 누군가를 해치려는 상황이었다면 어머니가 경찰에게 왜 들어오지 말라고 했겠냐”며 당시 경찰의 상황 파악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6일 이씨의 어머니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의 모습이 보이자 딸이 키우던 개가 계속 짖어 경찰에게 들어오지 말라고 한 뒤 현관문을 닫고 개를 방으로 들여다 놓았다. 이때 빅토리아는 칼을 쥐고 있지 않았고 난폭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와 어머니의 들어오지 말라는 요청을 무시하고 오히려 수십 초 만에 강제로 문을 부수고 발포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갔다는 점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한 정신건강 상담가는 “조울증이 있는 사람이 칼을 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필요한 것은 흥분을 최대한 가라앉히는 것이다. 그것이 위험을 가장 줄이는 길”이라며 “경찰이 소리를 치고 문을 부수는 등의 행동이 이씨를 더 자극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뉴저지주검찰의 경찰 무력사용 지침에 따르면 “경찰관은 상황을 진정시키는 노력을 해야한다. 구두 경고를 하거나 비살상 방식의 진압을 시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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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