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물학·미술사 전공보다 실업률 높아…맥도날드·멕시코 식당 등 지원하기도
"컴퓨터과학 학위를 받고 졸업했지만, 제게 면접 기회를 준 회사는 (멕시코 식당인) 치폴레뿐이었습니다."
미국 대학가에서 10여 년 전부터 코딩 교육 붐을 타고 컴퓨터 관련 학과 전공자들이 쏟아져나왔지만 요즘은 인공지능(AI)의 일자리 대체 탓에 구직난에 시달리는 처지가 됐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실리콘밸리에서 자라면서 어릴 때부터 '코딩을 열심히 배우고 컴퓨터과학 학위를 따면 초봉이 '억대'(10만 달러)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들어왔다는 마나시 미쉬라(21)의 사연을 소개했다.
미쉬라는 이런 말을 굳게 믿고 초등학교 때 이미 자신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청소년기에는 고급 컴퓨팅 과정을 수강했다. 이어 진학한 퍼듀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1년 내내 구직 활동을 벌였음에도 지난 5월 졸업할 때까지 아무런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한 회사가 치폴레뿐이라고 한탄하는 그의 틱톡 영상은 조회수 14만7천 건을 기록했다.
오리건 주립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잭 테일러(25)도 "2년 전 졸업 이후 관련 분야 5천762곳에 지원했다"고 주장하면서, 반면 면접 기회는 13차례밖에 얻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정규직 일자리는 한 곳도 없었다.
테일러는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맥도날드에 지원했지만 '경험 부족'을 이유로 떨어지고 지금은 실업 수당을 받고 있다.
2010년 초 미국에서는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 등 억만장자와 테크 기업 임원들, 심지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코딩 교육을 장려했다.
앱 개발 분야에서 일할 기회에 경제적 보상까지 주어지자 컴퓨터 관련 교육은 단박에 '붐'을 일으켰다.
비영리기구 컴퓨팅연구협회(CR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학 학부 과정의 컴퓨터 분야 전공자 수는 17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의 갑절 이상이다.
이처럼 주목받던 코딩 전공자들이 구직난을 겪는 이유는 AI의 발전 때문이다. 최신 AI는 수천 행의 컴퓨터 코드를 순식간에 생성해낼 수 있어 기업이 신규 개발자를 채용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여기에 아마존·인텔·메타·MS 등 테크 거물들이 단행한 대규모 감원도 컴퓨터를 전공한 청년들의 구직에 타격을 줬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는 컴퓨터과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22∼27세 대졸자들의 실업률이 각각 6.1%와 7.5%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집계했다. 이는 생물학이나 미술사 전공자들의 실업률 3%의 두 배 이상이다.
여기에다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연방정부 축소와 고용 동결 여파로 일자리를 얻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
CRA 관계자는 "올해 졸업하는 컴퓨터 전공자들이 특히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