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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며] 남한산성과 만해

2024-08-16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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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9주년 ‘만해 한용운 옥중시 특별전’이 남한산성 만해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에 갔다가 마침 이 전시회를 보게되었다.

만해(萬海) 한용운(1879~1944)은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27세에 설악산 백담사에서 승려가 되었고 불교계의 개혁과 대중화를 위해 ‘조선불교유신론’과 ‘불교대전’을 서술했다. 만해 선생은 민족 대표 33인으로 3.1운동을 주도하였다.

선생은 인간의 기본정신인 자유 평등 평화사상에 입각한 독립은 당연한 민족의 자존심이라며 끝까지 변절하지 않는 민족적 지도자로서 빛나는 인물이다.


전시는 3.1운동 이후 마포형무소에 투옥되고 항일 투쟁 모습이 담긴 선생의 옥중 한시와 독립을 염원하는 3.1운동관련 독립선언서, 유물, 문헌자료들을 보여준다. 한시 13수, 시조 1수, 안중근의 기개와 황현의 충절을 기린 한시 2수 등 모두 16수가 전시되고 1926년 발표한 시집 ‘님의 침묵’에 영향을 준 인도 타고르의 ‘기탄잘리’ 시집도 있다.

특히 만해는 옥중에서 옥중투쟁 삼대원칙을 정하고는 몸소 실천했다. “첫째는 변호사를 대지말자, 둘째는 사식을 받지말자, 셋째는 보석을 요구하지말자” 는 문구가 쓰인 족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만해 한용운 기념관이 어떻게 남한산성에 있을까. 남한산성은 조선 16대왕 인조가 40일간 항전하다가 결국 청나라에 항복하여 삼전도의 굴욕을 당한 곳이 아닌가.
남한산성은 성남시에서 북동쪽으로 6Km 정도 떨어져 있는 남한산에 위치한다.

1624년 인조가 성곽을 축조하고 산성으로서 면모를 갖추게 하여 1626년 공사를 마쳤다. 산성 축조는 8도의 승군을 동원하여 진행되었고 국청사, 개원사 등 7개의 절을 지어 승군이 기거하게 했다. 나라를 지키고 국가를 안위하는 절들이었다.

또한 1936년 병자호란시 조선의 백성으로 끝까지 적과 싸울 것을 주장하다가 순절한 삼학사(홍일환, 윤집, 오달제)의 영혼을 모신 곳이다. 이 삼학사와 승군들의 호국정신이 깃든 남한산성에 1990년 만해 기념관이 성북동 심우장에서 많은 자료들이 옮겨졌다.
평생 한용운 선생을 연구해온 전병삼 관장은 기념관 입구에 흰 무궁화와 분홍색 무궁화가 활짝 핀 야외조각공원도 꾸몄다.

굴욕적이고 비탄스러운 남한산성의 역사를 말하기 전에 원래 호국정신이 깃든 곳이라고 후세들에게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해 한용운이 위대한 것은 일제의 영원함을 믿은 독립지사들이 변절하고 앞장서 조선 젊은이들을 전장터에 보내는 연설을 했지만 선생은 일본의 회유와 압박을 끝까지 거부한 점이다.

오죽하면 조선총독부를 마주 보기 싫어 북향으로 지은 심우장에서 살다가 1944년 6월29일 영양실조로 생을 마감했다. 일제의 배급을 거절한 것이다.
이번에 조선인의 강제징용 문구가 빠진 채 사도탄광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보듯이 일본은 끊임없이 역사 왜곡을 하고 독도 영유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이러한 정신적 지표가 필요하다. 끝까지 변절 않고 민족 자존심을 지킨 만해 한용운, 내가 그렇지 못할수록 더욱 이러한 분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러운 것이다.

현재 남한산성은 한옥 식당과 카페가 100여개 이상되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었다. 각 식당앞에 걸린 현수막에는 ‘닭백숙, 오리백숙, 옻닭, 오골계, 산채정식, 순두부, 도토리묵’ 등 각종 메뉴를 내걸고 있다.

하마터면 ‘남한산성 행궁과 수어장대를 보러갔다가 밥만 먹고 왔더라’가 될뻔 했는데 이 기획특별전을 보게되어 다행이었다.
그런데 국가보훈부와 민간기업 빙그레가 광복 79주년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순국한 독립영웅들이 한복입은 사진을 공개했다. 죄수복을 입은 흑백 사진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변치않는 절개를 보여준 안중근 의사가 연한 옥색 실크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안중근 의사의 얼굴에는 고민도 없이 그저 평범한 양반이 되어있다. ‘빛바랜 죄수복을 영웅의 모습에 걸맞게 아름다운 한복으로 다시 입혀드리는 것이 좋다고 기획하였다’ 는데, 이건 아니지 않는가.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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