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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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도움의 손길 (3)

2024-08-14 (수)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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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감동적인 사연이 있어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자 펜을 들었다.
90세 되는 한 미국 할아버지가 손녀 하나만 바라보고 그녀를 양육하며 살아온 이야기다. 아들과 며느리가 이혼하고 아들과 손녀와 셋이서 단란하게 살아왔는데 아들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면서 어린 손녀를 할아버지 혼자서 양육할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다.

늘 건강하시던 할아버지가 최근 들어 옆구리를 잡고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며 왜 그러시냐고 여쭈어 봤더니 할아버지가 20때 적에 6,25 한국전쟁에 파병되어 당시 중공군과 싸우다가 옆구리에 총을 맞아 그 당시 의술로는 그냥 총알을 몸에 지닌 채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사의 권유로 지금까지 그냥 지내오셨다고 말씀하셨다.

손녀는 수술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어찌 할 수가 없었다. 한국의 기술도 좋고 병원비도 저렴하다는 소문을 듣고 손녀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한국에 갔다. 병원에 입원하고 모든 검사를 마친 후 담당의사는 “몸에 총알을 담고 어찌 지금까지 사셨습니까?”하고 이유를 물었다.


할아버지는 “한국의 참전용사로 중공군과 싸울 때 얻은 훈장”이라고 설명을 하자, “저희 할아버지도 6,25 참전용사였는데 총알을 맞고 후송되었지만 결국 열악한 의료시설과 낙후된 의술 때문에 돌아가셨고 아버지가 의사가 되려고 생각하셨지만 가난한 살림에 의학공부를 할 수 없어서 손자인 제가 의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저의 할아버지와 같은 참전용사를 수술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했다.

수술이 순조롭게 되어 회복한 후 건강한 모습으로 완쾌되어 퇴원을 하게 되었다. 두려운 마음으로 창구로 갔는데 수납창구에서 봉투 하나를 내어 주었습니다. 열어보니 계산서엔 0원인데 미화 1,000달러가 들어있었다.

동봉한 작은 쪽지에는 “당신이 흘린 피로 지켜온 우리나라의 자유는 영원할 것입니다. 귀국하시거든 여생을 평안하게 오래 사십시오” 하고 적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병원 측과 담당의사가 치료비를 모두 부담하였다는 것이었다.

퇴원하면서 귀국길에 할아버지는 “전쟁 당시에도 한국인들은 듬직하였고 정이 많은 병사들이었다. 한국이 놀랍게 발전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 정도로 발전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참으로 가난한 나라였는데 울창한 살림과 빌딩 숲을 보니 내가 한국의 자유를 위해 싸운 보람이 있다”고 말씀하시며 기뿐 마음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얼굴도 모르고 어디에 붙어있는지 모르는 우리나라를 위해 15만 여명의 연합군이 죽거나 다치거나 또 실종이 되었다.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평화가 있었을까?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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