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최고권력자 피격사건

2024-07-17 (수) 여주영 고문
크게 작게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주말인 13일 오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수만명이 모인 자리에서 연설을 하던 중 피습을 당했다. 오후 6시10분경,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불법 이민 문제를 비판하는 중이었다.

당시 동영상을 보면 총소리가 여러 발 울렸는데, 그는 곧바로 몸을 연단 밑으로 숨겼고,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트럼프의 오른쪽 귀 부분에는 누가 봐도 혈흔이 낭자했다. 총알이 살짝만 옆으로 갔다면 아마 머리를 맞아 즉사하는 상황이 될 뻔했다.

총격 당시 연단 위 대형 스크린에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들의 숫자 데이터가 띄어져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안일한 국경보호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에서 극적으로 총격을 당한 것이다. 그의 정적인 바이든 대통령은 그 순간 델라웨어주의 한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있었고, 즉시 이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을 것이다.


이 사건 소식을 들으니 배우이자 인기정치인이던 로널드 레이건 제40대 대통령이 떠오른다.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재임했다. 그 역시 취임 69일만인 1981년 3월 30일, 워싱턴 DC에서 피격당했다.

당시 그는 69세로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에 오른 상태였다. 워싱턴 힐튼호텔 앞에서 방금 끝난 집회를 마치고 나오는 순간 6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는 가슴에 총상을 입었다. 겨드랑이를 통과한 총알이 폐를 뚫었다고 전해진다. 다행히 골든타임안에 조지워싱턴 병원으로 긴급 호송되었고, 레이건은 두 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12일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여담이지만 40여년 전 레이건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던 저격범 존 힝클리는 감옥에서 나와 모든 감시 조치가 해제된 채 자유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미 미 역사에는 현직대통령이 피격된 경우가 또 있다. 이름이 생소한 제임스 에이브럼 가필드란 인물이다.

미국의 제20대 대통령이자 남북전쟁 당시 북군 소령이었던 그를, 공직진출이 잘 풀리지 않아 불만에 가득했던 찰스 J. 기토가 1881년 7월 2일 총으로 쏜 사건이다. 가필드 대통령은 총격 후유증으로 몇달 뒤인 9월 19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마음에 안 드는 고위 권력자들은 이렇듯 항상 반대자들의 과녁이 되고 만다. 현직 슬로바키아 총리 로베르트 피초도 몇달전 괴한에 의해 피격당했다. 피초 총리는 수도 브라티블라바 근처에서 각료 회의를 마치고 지지자를 만나던 중 총격을 당했다. 범인이 쏜 5발 가운데 3발을 복부와 가슴 등에 맞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2년전에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유세 연설 중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아베 전 총리는 두 발의 총격 중 첫 번째 총격 후 뒤를 돌아 상황을 살폈지만, 두 번째 총알이 몸을 관통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한인들의 뇌리에 깊게 자리하고 있는 최고권력자 피격사건은 10.26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일 것이다.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 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저녁식사 자리에서 총격 살해한 사건인데, 동석한 대학생 가수 신재순씨는 마치 007영화의 한 장면과 같았다고 술회했다.

국가원수들의 권력은 한 국가의 미래와 국제적인 상황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아가 강한 정치인들은 누구나 그런 권력을 희구한다. 화면이나 지면으로 정치인들 가십거리를 접하는 일반인들은 권력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것 역시 권력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힘은 항상 반대세력에게 견제당하고 심지어는 물리력으로 저지당할 수도 있다.
국가의 최고 권력자의 자리는 이토록 쉽지 않은 길이다. 총알도 이겨내야 하고, 내부자들의 배신도 마주해야 하며 나중에는 쓸쓸한 권력무상의 마지막을 겪어내야 하는 운명이기도 하다.

<여주영 고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