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생각]

2024-06-13 (목)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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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은 자본주의 나라이다. 자본주의 나라에서는 모든 가치의 기준이 돈이며 성공의 척도도 돈이다. 돈이 많으면 능력있는 사람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이른 바 ‘썸바디’가 된다.

그들은 남보다 크고 좋은 집에 살며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 살고있는 집 이외에도 여러 곳에 별장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은 사립학교나 특수학교에 보내 어릴 때부터 귀족 교육, 영재교육을 시켜 부와 명예를 대물림할 수 있게 해준다.

집안 일은 내니나 정원사, 집사들이 해주니 시간이 남아돈다. 예술에 안목이 있는 부자들은 그림을 사 모으거나 유망한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하여 지원해 준다. 학교나 장학재단에 거액을 기부하는 이들도 많다.


좀더 세속적인 부자들은 자신의 부를 사치품 쇼핑이나 몸치장, 고급 사교모임 등 향락에 사용한다. 돈 많은 사람 곁에는 사람들도 많이 몰려든다. 그들은 아무 일 안하고 가만히 있어도 돈이 불어나고 잠자고 있는 동안에도 돈이 벌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페이첵 투 페이첵’, 그날 벌어 그날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이른바 ‘노바디’인 것이다. 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렌트며 생활비며 학비 등을 충당하기가 녹록치 않다. 은행 어카운트에는 몇백불의 잔고도 남아있지 않을 때가 많으며 행여 몸이 아플까 겁나고 지인의 경조사 인사치례도 부담스럽다.

친구를 만나 한잔 기울이는 자리도 자주 갖지 못하니 대인관계의 푹도 좁아진다. 갖고 싶은 물건, 하고 싶은 일도 많으나 얇은 지갑 때문에 포기할 때가 많다. 한마디로 돈이 없으면 불편하고 궁색하며 어깨를 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 많은 사람은 행복하고 돈 없는 사람은 불행한가. 돈 있는 사람들은 근심 걱정 없고 행복할 것 같지만 세상 이치는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재벌인 최태원씨는 최근 이혼소송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고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포르노 배우와의 관계를 입막음 하기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며 허쉬머니를 지급했다가 뉴욕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처럼 유명인사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돈은 많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또는 가정불화로 불행한 삶을 살고있는 사람들을 흔히 불 수 있다. 반면에 비록 돈은 없으나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가족간 화목하고 늘 미소를 잃지 않고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지않던가. 마찬가지로 행복은 가진 돈의 액수 순서도 아닌 것 같다. ‘세상의 노바디들이여 돈 없다 기죽지 말고 진정한 행복을 누리며 살자.’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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