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화 초

2024-06-07 (금) 김길홍/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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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정이고 사유가 깃든 화분들이 몇개씩 집안에 있다. 우리 집에도 특이한 화분 몇개가 있는데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호야 하트 ( Hoya Heart )이다.
잎 모양이 심장 같아 그렇게 부르나 보다. 40여년 전 화초에 미쳐 롱아일랜드를 뒤지고 다닐 때 제일 큰 도매점 구석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안고 온 것이다. 호주가 원산지로 우리 주위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손바닥만한 잎이 될 10여개가 줄기에서 어린 아이 고사리 손 같이 잎이 나오고 있다. 하루에도 몇번씩 바라 본다. 정말 아름답다.

둘째, 한국난이다.
미국에서 한국 난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오래전 한국에 갔을 때 형님이 한 뿌리 주시어 물젖은 신문지에 싸서 들고 왔다. 한국난 중 잎에 하얀 테가 있는 것은 정말 귀한데 바로 그 난이다.

셋째, 박하향 나는 화초다.
며느리가 사무실에서 한가지 가지고 온 것인데 잎에서 박하향이 진동한다.
이 세가지에 한가지 더 곁들이자면 바로 장미다. 집 울타리에 장미 나무 몇개가 있다. 5월 초순부터 꽃이 피는 이 장미는 11월 말까지 피고 진다. 장미가 좋아 몇송이씩 꺾어 집안에 계속해서 꽂는다. 집안에 장미향이 은은하다. 라이너 릴케가 장미를 좋아하다가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단다. 나도 장미를 그렇게 좋아한다. 라이너 릴케의 시 하나를 소개하고 글을 마치려 한다.

“꿈의 노래 “
이 노란 장미 꽃은 어제 그 소년이 나한테 준것이다.
오늘 나는 이 장미꽃을 그 소년의 무덤으로 가지고 간다.
장미꽃 그늘에 조그만 물방울이 아직도 방울져 빛난다.
보게나 오늘은 그것도 눈물이다.
어제는 아침 이슬이었던 것이$.

<김길홍/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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