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브롱스의 기적

2024-05-29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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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롱스에서 가장 빈곤한 곳은 사우스 브롱스다. 뉴욕시 북부에 위치한 브롱스는 힙합 음악과 미국 현대 청소년들의 문화 발상지로 불리는 곳으로 매우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73년부터 4년간 사우스 브롱스에서는 3만 건의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그런 고통의 나날중 마침내 1977년 7월 13일과 14일 이틀동안 대규모 정전을 맞게 된다. 이때 생긴 약탈과 방화는 그로부터 약15년 후 LA에서 벌어진 한인타운 약탈방화 사건의 전주곡이었다. 이는 흑인들을 극악의 상황으로 몰아간 백인사회에 대한 복수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우스 브롱스 고속도로는 뉴욕시의 교통을 원활하게 하고. 경제발전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주변 도시는 완전 엉망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슬픔이 가득한 브롱스를 떠올리다 보면 사우스 브롱스 한 중학교의 한국어반 이민영 교사가 생각난다.


가정이 열악한 흑인학생들의 한국 수학여행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도와달라고 한인사회에 호소했던 그녀를 위해 한인들은 십시일반 비용을 모아주기도 해 우리 귀에 익은 곳이다.

미국 대선을 5개월여 앞둔 지금,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두 후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앞으로 트럼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는 무엇일까?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는 후보자의 법적자격 테스트를 간신히 통과하면서 정치적 목숨을 유지했다.

콜로라도 대법원은 2021년 1월 6일 의회난동 때 트럼프가 내란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트럼프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그 결정을 뒤집어 대선출마 자격이 유지되었다. 그렇게 한 고비를 넘기더니 이번엔 뉴욕 맨하탄 형사법원에서 뉴욕검찰에게 기소를 당해버렸다.

물론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법적 다툼중이지만 이런 뉴욕에서 트럼프는 지난 23일 뉴욕 브롱스 코로토나 파크에서 대중연설을 감행했다. 대부분 까무잡잡한 수만명의 청중은 트럼프가 등장하자 크게 환호했다.

트럼프는 악화일로의 뉴욕의 범죄율과 불법이민 노숙자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뉴욕은 현재 추락하고 있는 도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본인이 당선되면 뉴욕을, 그리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흑인들과 라티노들에게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입장에서는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심지어 유색인종 사이에서도 지지부진한 지지율에 좌절하며 참모들에게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에서 첫 선거운동을 시작해 가는 곳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마지막 기반을 굳히고 있다.

이번 브롱스 유세에서는 특유의 선동적인 화법으로 뉴요커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불법이민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생활하는 흑인과 히스패닉으로 일자리와 집은 물론 그들의 모든 것들을 잃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은 트럼프가 승리한 2016년 대선에서 59% 대 36.5%의 득표율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뒤진 곳이고, 2020년 대선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61% 대 38%의 득표율로 트럼프를 꺾은 곳이다.

그 중에서도 브롱스는 히스패닉 및 흑인 주민 비율이 90%를 넘는 곳이라 트럼프가 이곳에서 역전승이라도 거둔다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선은 물론, 향후 공화당 정치 지망생들에게 길을 터주는 꼴이 될 것이다.

트럼프 일가는 브롱스와 깊은 인연이 있다. 브롱스 페리 포인트의 '트럼프 골프 링크'라는 골프장을 뉴욕시정부로부터 인수해 재개발에 성공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얼마전 한 유명 카지노 운영 업체가 인수하면서 트럼프 이름은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된다.

이번 브롱스 상륙작전으로 트럼프가 다시 브롱스에 트럼프라는 정치적 명패를 달 수 있을지... 아니면 페리 포인트 골프장의 트럼프 간판 내리기가 그의 몰락할 운명을 보여주는 징조였을지 몇 달만 기다리면 알 수 있게 된다. 브롱스의 기적이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지 아닐지$.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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