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제북송 막기 위해 만들었어요”

2024-05-21 (화) 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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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 출신 허영철 ‘도토리’ 영화 감독

“강제북송 막기 위해 만들었어요”

워싱턴지역을 방문한 탈북자 출신 허영철 ‘도토리’ 영화 감독이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중국내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 영화 ‘도토리’를 만들었어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회장 린다 한) 주최로 19일 워싱턴한인커뮤니티센터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영화 ‘도토리’ 시사회에서 허영철 감독(61세)을 만났다.


영화는 73분 분량으로 중국내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강제 북송되면 어떤 고초를 겪는지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제목 ‘도토리’는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탈북자들의 신세를 의미한다고 한다.

“북한에 송환되면 탈북자들이 겪는 고초는 정말로 잔인해서 영화에 30%밖에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강제북송을 직접 경험했던 탈북자들이 참여했고 제 자신도 두 번이나 강제북송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감독보다 생생하게 작업했다고 자신합니다.”
북한 혜산 출신으로 지난 2002년 가족과 함께 몽골을 거쳐 한국에 입국한 허영철 영화감독(61)은 탈북민 100여명의 지원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당초 2시간 40분 분량으로 강제북송과 실향민의 만남 이야기를 다 담으려고 했으나 도토리 1에 해당하는 이 영화에서는 강제북송 부분만 담았습니다. 도토리 2에 해당하는 실향민의 만남 부분은 현재 30% 가량 제작이 됐으며 9월부터 작업을 재개하려고 합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제작비였다고 한다. 제작비가 없어 돈이 생기면 영화를 찍다보니 1년 정도 걸렸다고 한다.

“이 영화는 정말로 탈북자들의 눈물로 만든 영화에요. 영화제작비가 없다보니 다른 영화를 찍으면서 거기서 비용이 마련되면 이 영화를 찍었어요. 영화를 한번 촬영하는데 100명 정도가 투입되는데 식사비 100만원이 모이면 제작을 한 거에요. 지난해 3월에 촬영을 시작해서 올해 3월에 완료됐어요.”

영화에는 100명 정도가 출연하는데 한국 영화배우 1명, 연극배우 4명이 나오고 나머지 배우들은 모두 탈북자들이라고 한다.
“남한 출신 배우들은 물론이고 탈북자들 모두에게 출연료는 줄 수 없었어요. 돈이 없다보니까 먹는 것 챙겨주고 멀리서 오는 사람들에게는 교통비 정도 챙겨주는 것이 전부였어요.”

39세에 한국에 정착한 그는 KBS에서 3년, MBC에서 2년 등 지난 20여년 동안 촬영기사, 영상 편집기사, 프로듀서 등 다양한 영상 관련 직업에 종사했다고 한다.
“이번 영화 제작비는 5억 정도 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탈북자들이 5만원, 10만원에서 몇천만원씩 십시일반으로 내고 여기에 출연료를 무료로 해서 김포에 세트장을 준비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영화 개봉 시기는 6월로 예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한번 시사회를 했고 지난 14일에는 뉴욕에서 시사회를 가졌어요. 지금 계획은 6월에 한국에서 개봉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워싱턴 시사회를 위해 한국에서는 허영철 감독과 함께 탈북자로 영화제작자로 참여한 이동현 부대표와 배우로 참가한 김희연 씨 등 3명이 왔다.
시사회에는 그렉 스칼라튜 미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데이비드 맥스웰 예비역 대령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주미대사관에서는 이지호 참사관(동포담당 영사)과 백대현 통일관이 참석했다.

<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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