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형무 칼럼] K-드라마의 위력-정유나 씨의 증언

2024-05-16 (목) 최형무/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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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은 물론 기본적으로 경제력의 도약에 힘입었다고 할 수 있으나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이 한류 문화의 보급으로 세계인들이 한국인들의 문화를 공유하며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폭발적인 인기가 있었고, BTS와 블랙핑크는 항상 최고 순위로 세계의 팬들이 흠모하고 즐기는 가수들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속에서 일어나는 인간 상실을 묘사한 일종의 사회비평적 영화라고 할 수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2020년 아카데미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최초로 비영어 영화가 외국영화 부문상도 아닌 작품상을 수상한 것이다.

영화계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약 9,000여명이 수상작품 선정에 투표하는데, 이 한국 영화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때에 따라 같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는 동시대인들에 어필한 것이다.


네플릭스 등 영상 서비스의 세계적인 보급과 함께 K-드라마가 세계인의 안방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게 됨에 따라, 그 동안 세계인들이 미처 몰랐던 서정적이면서도 줄거리 전개의 속도가 빠른 한국의 K-드라마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재벌 상속자와 불우 가정 자녀 간의 관계를 소재로 틴에이저들의 사랑과 아픔을 그린 김은숙 작가의 하이 틴 드라마 “상속자들”은 중국 유쿠 영상 서비스에서 무료 10억번 보여졌다고 한다.

역시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 (나라를 살리는 군인과 사람을 살리는 여의사 간의 사랑 이야기), 박지은 작가의 “별에서 온 그대” (400년전 지구에 온 외계인과 현대인의 사랑), “사랑의 불시착” (파라 글라이딩 사고로 북한 땅에 착륙한 남한 재벌 여인과 북한 군인 간의 사랑) 등 남녀간의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으나 동시에 묵직하고 심각한 역사적 사회적 이슈들을 너무 심각하지 않게 아주 창의적으로 코믹하게 탓치한 드라마들이 팬 아시아의 대 히트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며 애청하는 드라마가 되었다.

CTS TV 대담프로에 나온 탈북 인사 정유나씨는 K-드라마의 위력에 대해 증언한다. 북한에서 고위 장성 집의 딸로 태어나 비교적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어떤 계기로 어려운 북한인들의 실정을 알게 되고, 우연히 K-드라마를 몰래 보게 되면서 본인이 철저히 교육받고 믿고 있었던 한국에 관한 것들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K-드라마가 탈북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는 탈북후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의 개인 비서가 되는 보기드문 경험을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총칼이나 군사력의 힘 보다 이렇게 문화의 힘이 크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군사력과 같은 “하드 파워”에 대비하여, “소프트 파워”라고 해서 문화라든지 정치적 가치 기준, 미래를 보는 대외 정책 같은 것이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필자는 나라를 지키는 군사력이 물론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동시에 평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도 - 아무리 당장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 꾸준히 추구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살 길이라고 본다.)


살 길을 찾아서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한국에 3만명 이상 살고 있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정착을 돕고 있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뉴욕에 사는 성악가 서병선 씨는 아름다운 가곡의 선율에 담아 탈북 난민을 돕는 귀중한 일을 20여 년째 하고 있다.

예술가곡연구회를 창립한 그는 내가 오래 전에 만났을 때 오페라가 음악적으로 인간 성대의 자연 상태에 맞지 않는 인위적인 고음 위주에 배신과 폭력, 살인과 같이 비인간적인 내용들을 주 소재로 하고 있어 좋지 않은 것이고, 서정적이고 사랑을 노래하는 가곡이 중요하다고 피력했었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성악가와 예술인들과 함께 고난에 처한 탈북난민들을 돕는 음악회를 매년 2차례씩 열고 있다. “제가 살아 있는 한, 건강이 허락하는 한, 탈북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생명을 구하는 눈을 돌릴 수가 없다”고 최근 한 인터뷰에서 말한다.

<최형무/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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