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 지역서 활동하는 한인 2세 코미디언 저스틴 엄

2024-05-15 (수)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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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 유머’·‘클린 코미디’로 인기

▶ “웃음과 함께 위로·용기 주고파”

워싱턴 지역서 활동하는 한인 2세 코미디언 저스틴 엄

9일 본보를 방문한 저스틴 엄은 자신을 스탠드업 코미디언, 이벤트 MC, 행복 전도사라고 소개했다. www.justinum.com

수백명의 관객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는다. 짧은 머리, 환한 미소가 돋보이는 한인 2세 코미디언 저스틴 엄(30·Justin Um·엄성욱)이 준비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웃음이 터져 나온다. 지난 12일 버지니아 비엔나의 한 공연장에서 아태문화유산의 달을 축하하는 코미디 쇼가 열렸다. 워싱턴 DC와 볼티모어 등에서 활동하는 저스틴 엄은 불편하고 더러운 코미디가 아니라 공감하는 유머(empathetic humor), 클린 코미디(clean comedy)를 선보인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좋아서 시작한 스탠드업 코미디는 그에게 천직이 아닐 수 없다. 14일 본보를 방문한 그는 코미디언이 되기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려서부터 코미디언을 꿈꾸었나?
▲어렸을 때부터 심야 토크쇼 진행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1994년 워싱턴 시애틀에서 태어나 4살 때 LA로 이주했고 13살 때 버지니아로 왔다. 레이크브래덕고, 조지메이슨대를 졸업했고 지금은 알링턴에 살고 있다. 고교시절 풋볼 선수로 활동하며 프로선수를 꿈꾸기도 했지만 당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됐다.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컨설팅 회사(PwC)에 취직했다. 어느 정도 안정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으나 코미디언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무대에 서는 두 개의 직업을 갖게 됐다.

-코미디를 하는 이유는?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매일 웃음의 소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할 수만 있다면 평생 코미디만 하며 살고 싶다. 현실적인 이유로 다른 일도 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기쁨이자 행복이다. 나의 코미디에는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불쾌한 욕설,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소재는 없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준다.
그렇게 웃음도 주고 위로와 용기도 전해줄 수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차세대 한인 2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24살 때 건강에 문제가 생겨 8개월간 수차례 응급실을 오가며 병원신세를 진 적이 있다. 정신적 신체적 피해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고통의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병상에 누워 나의 삶을 돌아봤다. 지금 나에게 가장 간절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했고 다시 건강해지면 반드시 코미디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막연했던 어린 시절의 꿈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러나 무대에 서자마자 팬데믹으로 인해 극장이 문을 닫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꿈을 쫓다보니 이제는 거의 매일 무대에 서고 있다. 토크쇼 진행자에서 풋볼 선수를 거쳐 돈 잘 버는 직장인을 꿈꿨으나 결국 다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돌아왔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비록 힘들고 더디더라도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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