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빵 한 조각의 기적’

2024-05-13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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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의 저자 빅토 프랑클(Viktor Frankl)은 1942년 9월 나치스의 비밀경찰에게 체포되어 3년간 강제수용소 생활을 했다. 여기서 프랑클은 놀라운 사실을 목격했다.

작은 빵 한 조각을 서로 나누어 먹는 사람들은 쉽게 절망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다. 작은 빵 한 조각이 일으킨 사랑의 파장은 수용소에 갇혀 있는 유대인 공동체에게 엄청난 희망과 삶의 의지를 북돋아 일으켰다.

프랑클은 나치수용소에서 목격한 빵 한조각의 경험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Logotherapy)’라는 ‘의미치유요법’을 제창했다. 이것은 그의 스승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인본주의 심리학의 영역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학설이 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프랑클은 비엔나 학파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작은 빵 한 조각의 경험이 학문적인 큰 업적을 이루게 된 것이다.


(김창만의 ‘포도나무 리더십’ 중에서)
필라델피아 근처에 존(John)이라는 이름을 가진 믿음이 돈독한 소년이 살았다. 존의 집은 가난했다. 존은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벽돌공장에서 일하면서 어려운 집안 살림을 도왔다.

존은 교회에 나올 때 마다 마음이 슬펐다. 교회 입구가 포장되어 있질 않아 비가 내리면 곧 진흙탕 길이 되어버려 출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느 비오는 봄날이다. 존의 마음속에 소원이 일어났다. “하나님, 우리 교회 입구에 벽돌을 깔아 포장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매일 한 장의 벽돌을 깐다면 얼마가 걸릴까요.”

하루 종일 일하면 존은 7달러를 벌었다. 그 돈을 절약해서 매일 벽돌 한 장을 샀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교회에 들러 벽돌 한 장씩 깔아놓았다. 몇 달이 지난 어느 주일날이다. 교회가 술렁거렸다.

소년의 벽돌 한 장의 선행은 교회 어른들의 자각을 불러일으켰고 교회는 다시 활기를 회복했다. 너도 나도 다 나서서 골목길을 깨끗하게 포장하고 단장했다. 내친김에 비좁고 오래된 교회당 건물을 허물고 새 교회당을 신축했다.

한 소년의 헌신이 온 교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초임계(初臨界)상태를 조성했다. 이 소년이 바로 미국 초대 체신부 장관과 백화점 왕으로 유명한 존 와너메이커(Wanamaker)다.

초임계상태로 가파르게 쌓여있는 모래더미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하지만 한 줌의 모래알갱이가 적절한 장소에 떨어지기만 하면 격변(激變)이 발생한다. 그 모래알갱이는 임계작용에 의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 떨어졌을 뿐이다.

평범한 우리에게도 이와 같은 양자역학적 초임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능력이 뛰어나서 다른 사람보다 영향력이 크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모래알갱이 같아서 평범한 행동 하나만으로 얼마든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현명한 리더는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본다. 작은 것을 큰 것에 연결하는 직조(織造)능력이 비범하다. 예수는 말했다.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내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라.” 당신은 리더인가. 빵 한 조각의 기적을 믿고 체험하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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