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울었습니다
2024-05-12 (일) 10:09:32
남현실 시인, 락빌/MD
당신들이 걸으셨던
십자가의 길에서
초라한 믿음
들키고 말았습니다
보아 주는 이 없어도
예쁘다
칭찬 받지 못해도
하늘가에 향기를 품어내는
들꽃들
그 꽃들보다 못한
제 모습이 부끄러워
울었습니다
배고픔과 매맞음
육신의 가시
병에 찔리면서도
야유와 소동의 먼지를
감사와 기도로
승화시켜 버린 당신들
순례길에 서보니
화려했던 입술의 간증들이
속보다
겉 포장이 더 화려한
언어였음을 알았습니다
사도들께서 신으셨던
다 해진 신발
마음에 품고 돌아갑니다
토러스 산맥을 넘어온
안탈리리아의 아침 햇살이
오너라 고생했다
어깨를 다독일 때
28명 순례자들의 눈빛에
일렁이는 감사와 평안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또 울었습니다
(워싱턴한인교회협의회 주최로 그리스와 터키, 사도 바울과 사도 요한의 발자취를 따라 성지 순례를 다녀 왔습니다)
<
남현실 시인, 락빌/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