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70년만의, 역대 7번째‘미 대선 리턴매치’

2024-04-08 (월)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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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년 심화된 양극화 때문”

▶ GW대 맷 달렉 교수 ‘대선 재대결 역사’조명

오는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맞붙게 되면서 미국 역사상 7번째 재대결(rematch)을 앞두고 있다.
조지워싱턴대 맷 달렉(Matt Dallek) 교수는 지역 언론(WTOP)과의 인터뷰에서 1956년 이후 70년만에 다시 성사된 대선 재대결의 원인을 분석하며 리매치의 역사를 소개했다.
미국 역사상 첫 대선 리매치는 1796년과 1800년 존 애덤스(2대 대통령)와 토머스 제퍼슨(3대)의 대결이다. 이는 조지 워싱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로 당시 헌법상의 결함을 두고 혼란이 불가피했다. 선거인단은 대통령에게 1표, 부통령에게 1표를 행사해야 했으나 대통령에게만 2번 투표하는 제도적 문제가 발생해 연방하원이 일주일 동안 교착 상태에 빠지기도 했었다.
다음은 존 퀸시 애담스(6대)와 앤드류 잭슨(7대)의 대결이다. 1824년 선거에서 잭슨은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했으나 당선에 필요한 과반수에는 미치지 못해 대신 모든 주의 하원의원들이 투표했고 여기서 애덤스가 당선됐다. 당시 잭슨 후보의 지지자들은 분노했으며 “부패한 거래로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비판했었다. 복수를 다짐한 잭슨은 1828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는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선례가 됐다.

다음은 1836년과 1840년 마틴 밴 뷰렌(8대) 대 윌리엄 헨리 해리슨(9대), 1888년과 1892년의 그로버 클리블랜드(22대·24대) 대 벤자민 해리슨(23대), 1896년과 1900년 윌리엄 매킨리(25대) 대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그리고 가장 최근의 재대결은 1952년과 1956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34대) 대 애들레이 스티븐스의 대결이다.

대부분 19세기 발생했던 대선 리매치가 2024년에 다시 반복된 이유는 무엇일까. 달렉 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심화된 양극화가 원인”이라며 “일부 공화당원, 특히 트럼프 지지층은 2020년 대선에서 자신들이 이겼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도둑맞은 선거, 복수를 다짐하는 그들은 더욱 강경한 MAGA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며 “국가와 선거인단 모두 근소한 차이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1%로 승패가 결정되는 도박 같은 선거를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주요 경합주에서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기 때문에 트럼프 지지층이 실제 투표와 선거인단의 차이를 거론하며 선거 사기를 주장하기가 더 쉬워졌다는 분석도 있다.

남북전쟁 이후 가장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다는 우려 속에 올해 대선은 더욱 극심한 갈등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렉 교수는 “노예제도를 둘러싼 긴장이 남북전쟁으로 이어졌다”며 “이번 대선 리매치 역시 국가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다수의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 트럼프의 리매치를 두려워하는 이유이며 지난 1.6 의회 폭동 사건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한 잠재적인 정치적 폭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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