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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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자기가 쓴 묘비

2024-03-26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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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건국 초기의 정치가요 과학자였던 벤자민 플랭클린은 자기의 묘비를 미리 자기가 써놓은 괴짜였다. 묘비엔 이렇게 씌여져있다.

“여기에 인쇄공 벤자민 플랭클린이 누워있다. 그는 낡은 책과 같은 인간이었다. 표지는 퇴색하고 활자는 이겨졌으나 이 책이 말하려는 내용은 후세들이 가끔 수정을 가하면서 오래 이어질 것이다.“

이만큼 자신의 인생을 자신있게 평가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얼마나 멋진가!
브라질에 초대형 무덤 빌딩이 건립되었다고 한다. 39층으로 14만 9,000명의 시체를 안장할 수 있는 거대한 묘이다.


이 건물 안에 21개의 교회당이 있고 옥상에 헬리콥터 정류장이 있어 신속하게 시체 운반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생의 가치는 화려한 장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있는 생애에 있다.

톨스토이의 우화에 ‘운명’ 이란 작품이 있다. 임금이 한 농부에게 약속한다. ”네가 내일 하루 사이에 간 밭을 모두 너에게 주겠다.“
얼마나 고마운 약속인가! 농부는 새벽일찍 일어나 해가 뜨자마자 밭을 갈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욕심 때문에 돌아올 줄을 모르고 전진만 하다가 지쳐 쓰러진다는 이야기이다.

이 우화 뿐이랴. 대부분의 인간이 실패하는 이유는 욕심 때문이다.
한줌이라도 더 가지려고, 한순간이라도 남보다 더 빨리 가려고 삼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인생 경주장이다. 욕심만이라도 자제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이다.

욕심에 떠밀려 사는 인간이 실패하는 인간이다. 바둑에 과욕필패(過慾必敗)란 말이 있다. 욕심을 부리면 반드시 진다는 교훈이다. 많이 이길 필요가 없다한 집만 이겨도 이기는 것이다.

조지 엘리어트의 단편에 ‘실라스 마나(Silus Marner)’가 있다. 실라스 마나는 금을 좋아한다. 매일 밤 금덩어리를 꺼내 바라보며 만족하고 행복을 체험한다.

이것을 안 도둑이 이 귀한 금괴를 훔쳐낸다. 몹시 실망한 실라스 마나가 경찰로 달려가는 도중 한 소녀를 길거리에서 발견한다. 집 없고 부모 없는 아이였다. 집에 데려가 밥을 먹이고 하룻밤만 재워서 고아원에 데려다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하룻밤 사이에 정이 들어 자기가 양녀로 삼아 잘 키운다는 이야기이다.

금괴 사랑에서 인간 사랑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잘 그린 소설이다.
예수의 교훈도 물질 사랑에서 인간 사랑으로 옮기는 길을 가르치고 있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이 담긴 피조물이므로 그의 배경, 소유, 생김생김에 관계없이 사랑을 받아야 한다.

뮤지컬 ‘남태평양(South Pacific)’이 브로드웨이에서 첫 막을 올릴 때 주인공을 맡은 매리 마틴은 평소의 실력보다 좋은 노래를 불러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그녀의 애인 오스카 햄머스튜인이 보낸 사랑의 편지 덕분이라고 한다.

사랑은 한 인간의 사는 사명을 깨닫게 한다. 사랑은 자기가 하는 일의 참다운 의미를 알게한다. 그러기에 사람은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살아야 한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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