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3만573번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으로서 공적으로 한 발언 중에서다. 여기에는 거짓말이긴 하지만 그냥 거짓말과는 결이 조금 다른 기만(deception)과 조작(manipulation) 도 포함돼 있다. 워싱턴 포스터 지가 추적한 통계다.
‘대통령 거짓말’은 트럼프만 한 것이 아니다. 초대 조지 워싱턴부터 미국인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아브라함 링컨,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비롯해 현직인 조 바이든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다. 대통령 연구학자들은 이 점만 보면 대통령들은 ‘숙련된 거짓말쟁이’ ‘거짓말 기술자’라고 한다.
대통령의 거짓말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럴듯한 거짓말이 필요할 때가 있다. 국가안보와 관련되면 특히 그렇다. 자국민은 물론 동맹국도 속인다. 대통령 거짓말은 좋은 거짓말과 나쁜 거짓말로 나뉜다. 판단은 국민과 역사가 하게 된다.
2차 대전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의 거짓말이 한 예다. ‘미국은 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으나 뒤로는 가능한 모든 전쟁 준비를 진행했다. 은밀하게 영국을 지원하고 있었다. 나치 독일을 속이기 위한 노련한 거짓말이 긴요한 시기였다. 남북 전쟁 당시 남부와의 화친을 두고 안팎이 달랐던 링컨 대통령의 거짓말도 미국이 두 개로 쪼개지는 것을 막았다는 후대의 평가를 받는다.
1803년 이뤄진 ‘루이지애나 구매(Louisiana Purchase)’는 미 역사상 가장 현명한 거래로 꼽힌다. 동서로는 미시시피 강에서 로키산맥, 남북으로는 뉴올리언스가 있는 멕시코 만에서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땅을 프랑스로부터 매입한 것이다. 15개 주가 포함된 광대한 지역으로 구입가는 1,500만달러. 미국 영토가 단번에 2배로 늘었다. 이 때 이후 미국 대통령은 영토 확장의 제국주의적 야망에 사로잡힌다. 적어도 북미 대륙은 하나의 언어와 유사한 체제로 운영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태평양까지 이르는 영토 확장을 꿈꾼 것이다.
루이지애나 구매 직후 루이스 & 클락 탐험대가 결성돼 서부로 파견된다. 그랜드 캐년 초입에 있는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활동상이 상영되기도 했던 바로 그 탐험대다.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은 과학탐사가 탐험대 목적이라고 밝혔으나 숨은 목적은 서부를 가로질러 태평양에 이르는 경로 파악이었다. 대통령 거짓말이 오늘의 미국을 이룬 시작점이었다.
미국 대통령들의 거짓말을 다룬 책(Lying in State: Why Presidents Lie, and Why Trump Is Worse)에는 천태만상인 대통령 거짓말이 모여 있다. 트루만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군사 기지가 목표물이었다고 했으나 실은 민간 시설이었다. 쿠바 침공과 관련한 케네디의 거짓말도 유명하다.
문제는 정략적인 거짓말, 개인 비리를 감추기 위한 거짓말이다.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가져온 워터게이트 사건, 클린턴을 탄핵위기로 내몬 섹스 스캔들 등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역사상 정책과는 관계없는 나쁜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한 대통령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습관적인 거짓말쟁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대통령 거짓말이 부각되고, 집중 포화의 대상이 되는 것은 보수, 주로 공화당 쪽이 많다. 영향력 큰 언론사 기자들의 성향이 대부분 진보 쪽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바이든의 거짓말이 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려는 정치학자들의 지적이다. 대통령 거짓말을 이야기하는데 리버럴 편견(liberal bias)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거짓말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 때문이다. 펜실베니아 대학 부설 애넌버그 공공 정책센터(APPC)의 FactCheck.org는 신뢰할 만한 가짜 뉴스 감별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여기 토픽란에 들어 가면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난이 따로 있다. 대통령 거짓말, 대통령과 관련된 가짜 뉴스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대통령 거짓말’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