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자릿수’로 좁혀진 이·김… 보수 막판 결집

2025-05-24 (토) 12:00:00 정지용·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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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45%·김문수 36%·이준석 10%

▶ PK·충청·60대 ‘김 우세’로 뒤집어져
▶ 샤이 보수 향배·보수 단일화 최대 변수

‘한 자릿수’로 좁혀진 이·김… 보수 막판 결집

제21대 대선을 열하루 앞둔 23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 스크린에 후보 등록 현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

'이재명 대세론'으로 견고하던 판세가 대선 11일을 앞두고 꿈틀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주춤하는 사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치고 올라왔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상승세도 또렷하다. 강제 단일화 여파로 떠났던 보수 지지층이 막판 결집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보수층이 과표집된 현상"이라면서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남은 변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돌아섰던 '샤이 보수'의 마음을 어느 후보가 다시 잡아오느냐다. '김문수 이준석 단일화'가 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이 후보를 향한 견제 민심이 얼마나 작동할지도 관건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여전히 40%대 중반을 고수하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불안한 선두'다. 23일 한국갤럽이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신뢰수준 95%·오차범위 ±3.1% 포인트)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지난주 보다 6%포인트 내린 45%로 나타났다. 50%대를 뚫고 올라가지 못하고 주춤한 것이다.

반면 보수 후보들은 상승세다. 같은 조사에서 김 후보는 7%포인트가 오른 36%를 기록하며 이 후보와의 격차는 대선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 이내로 줄었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22%포인트에서 9%포인트까지 좁혀지며 따라잡힌 것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대구·경북(TK)을 빼고 나머지 지역에서 '이재명 우세'로 달리던 여론도 단숨에 역전됐다. 부산·울산·경남(PK)은 물론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대전·세종·충청도 뒤집어졌다. 이준석 후보 역시 10%를 기록하며 상승세다. 이 후보가 두 자릿수 지지율을 찍은 건 대선 레이스 들어 처음이다.


‘이재명 우세·김문수 추격’ 양상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전날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오차범위 ±3.1%포인트) 대선 후보 지지율은 이 후보 46%, 김 후보 32%, 이준석 후보 10%로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여기서도 이재명·김문수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전주 22%포인트에서 14%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민주당 “원칙 없는 야합은 무의미한 뺄셈” 단일화 힘 빼기



▶ 보수 막판 결집


다만 보수 결집이 한정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000명을 대상으로 ‘다음날 대통령 선거를 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를 물은 결과 이 후보 49%, 김 후보 34%, 이준석 후보 8%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규모를 세배 가량 넓힌 결과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 간 격차가 15%로 벌어진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권 후보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응답은 36%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보수의 막판 결집은 예상했던 수순”이라면서도,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천준호 중앙선대위 전략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김 후보 지지율이 정당 지지도만큼 회복되는 중”이라며 “비상한 각오로 선거에 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남은 기간 수권 세력 면모를 중도층에 어필하는 동시에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끌어내 1위를 거뜬히 수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관건은 대선 막판 변수로 떠오른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성사 여부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장 김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 단순 합계가 이 후보와 비등하다는 점에서 “일단 합치면 해볼만하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단일화를 기점으로 반이재명 정서를 한껏 자극해 보수 결집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단일화는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이 후보는 세종 행정수도 이전을 골자로 한 개헌안까지 발표하며 대권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양측의 단일화 효과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당장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론에 명확하게 선을 긋지 못하는 상황에서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의 마음까지 붙들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우선한다. 이 후보의 지지층이 완주를 원하는 점도 부담이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원칙 없는 야합은 백번 이뤄져도 무의미한 뺄셈”(김민석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내란 세력과 같이 한다면 이준석의 세 번째 양두구육(양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파는 것)”(강훈식 종합상황실장)이라고 단일화 힘 빼기에 돌입했다. 이재명 후보도 “이준석 후보는 결국 내란 세력과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꼬집었다. 내란 프레임으로 단일화 효과를 깎아 내려 합리적 보수층이 이탈하지 못하도록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정지용·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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