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9년 엘렌 랭어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70~8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유명한 ‘시계 거꾸로 돌리기(counterclockwise)’ 실험을 했다. 20년 전인 1959년 시절처럼 내부를 꾸민 수도원에 피험자들을 모아놓은 후 당시로 돌아간 것처럼 생각하며 생활하라고 주문했다. 그 시절 뉴스와 영화를 보게 하고 무거운 짐 나르기와 설거지, 빨래 등을 직접 하도록 했다. 젊었던 시절로 마음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생활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1주일 뒤 노인들은 젊어졌다. 당장 입소 다음날부터 변화가 관찰됐다. 가족의 부축을 받아 실험 참가 인터뷰를 했던 입소자가 가족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청력과 기억력, 관절 유연성, 악력 등 신체 기능이 향상됐다.
랭어 교수는 “노화는 늙었다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온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은 생활 습관이 아니라 잘못된 생각과 고정관념이라고 주장한다.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기억력 나쁘고 건망증이 심하다는 부정적 고정관념을 고령의 성인에게 상기시켰을 때 이들은 상대적으로 기억력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에 가까운 사람도 당뇨병 전 단계라는 소식을 듣고 나면 실제로 발병 가능성이 커졌다.
긍정적인 정보는 몸에 긍정적으로 작용을 한다. ‘플라시보 효과’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알고 먹으면 약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대로 진짜 약을 가짜 약으로 알고 먹으면 약 효과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것은 ‘노시보 효과’라 불린다.
이처럼 몸은 마음의 상태를 반영한다. 최근 잇단 연구들을 통해 속속 확인되고 있는 사실이다. 2년 전 한국에서 나온 한 연구에서는 의식적으로 ‘젊다’는 생각을 반복하고 실제로 그렇게 믿을 경우 수면의 질이 향상되고,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등 전반적인 건강의 질적 향상이 뒤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실제보다 어리다고 생각할수록 질병의 회복속도도 빠르다. 노인 재활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주관적 나이(스스로 젊다고 생각하는 정도)를 낮게 생각하는 환자일수록 재활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어리게 생각하는 것이 병의 회복을 크게 돕는다”고 결론 내렸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런 효과들은 결과적으로 사망률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50세 이상 6,48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영국 런던대학 연구를 보면 실제 연령보다 자기는 더 늙었다고 느낀 사람의 8년 후 사망률은 24.6%였던 반면 젊다고 느낀 사람들의 사망률은 14.3%에 불과했다. 거의 실제연령과 똑같다고 느낀 사람들의 사망률은 중간인 18.5%였다.
비단 ‘주관적 나이’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몸의 움직임도 이것을 어떻게 여기느냐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호텔 객실 청소직원들을 둘로 나눈 후 한 그룹에게는 청소행위가 아주 좋은 운동이라 귀띔해 주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아무런 언질을 하지 않은 후 나중에 건강측정을 해보니 체중과 혈압, 체지방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른바 ‘마음먹기에 달렸다’(Mind-set matters)연구이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가짐과 생각은 몸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아주 크게 미친다. 그렇다면 일부러라도 “나는 젊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스스로 젊다고 느끼도록 도와주는 중재치료 같은 것들도 있다. 집안일과 정원 가꾸기 같은 것도 “아주 좋은 운동”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한다면 건강에 한층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자기암시를 통해 “나는 젊다”고 되뇌는 것을 망상이라 한다면 그것은 ‘건강한 망상’ ‘좋은 망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