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사망원인 중 8번째가 자살이다. LA 카운티에서만 이달 초 60대 한인여성, 그 보다 닷새 전에는 30대 한인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는 등 나이와 남녀에 관계없이 안타까운 소식은 이어지고 있다. 방지책은 없는가? 자살 예방을 위한 국가적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자살율은 20년 전 인구 10만명당 10여명에서 지금은 14명을 넘었다. 팬데믹이 선포됐던 지난 2020년을 제외하면 자살율은 매년 증가추세다. 코로나 팬데믹은 전쟁, 지진 같은 천재지변 때 자살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미국의 자살 현황은 지난해 발표된 연방정부 보고서에 일목요연하게 간추려져 있다. 백악관의 요청으로 보건복지부(HHS)가 1년여의 조사 끝에 내놓은 자살 백서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우선 성별로는 남성의 자살율이 여성 보다 월등히 높다. 지난 2022년을 예로 들면, 10만명 당 자살은 남성이 23명, 여성은 6명이 채 안 된다. 근로 계층으로 조사대상을 좁히면 남성 32명에 여성은 8명 정도. 남성이 4배 정도 많다. 어느 조사에서도 이런 결과는 비슷하다.
인종 별로는 아메리카 인디언과 알래스카 원주민의 자살율이 현저하게 높다. 아시안의 4배, 흑인과 히스패닉의 3배 정도다. 원주민 자살이 많은 것은 정부의 원주민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그룹은 알코올과 약물 중독이 상대적으로 높다. 원주민 다음은 백인으로, 자살율이 아시안의 3배 정도 된다.
연령별로는 노인 자살이 많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은 85세 이상이 23명, 75~84세가 20명 좀 넘는 정도로, 10년 단위의 연령 그룹에서는 최상위권에 놓여 있다. 20~30대 청년, 40~50대 중년 때 보다 노년 자살이 더 많다. 은퇴 직후 65~74세의 자살율이 다른 연령 그룹보다 현저히 낮은 것과 대비된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얼마 전 애리조나 주립대(ASU) 팀이 직업별 자살율을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업에 따라 자살율 차이가 컸다. 특정 직종 종사자의 자살이 엄청 높은 반면, 자살이 현저히 낮은 그룹도 있다. 비슷한 다른 조사에서도 이 같은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주목할 점은 교사, 교수, 도서관 사서 등 교육계 종사자의 자살이 다른 직종 보다 크게 낮다는 점이다. 10만명 당 7명 정도로 50~60명으로 조사된 건설, 수리, 메인티넌스 업종과 대비된다. 직업별 평균 자살의 3분의 1정도다. 원인이 무엇일까? 원인을 파악하면 타 직종 종사자들의 자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선 교육계 종사자는 남성 보다 여성이 많다. 기혼자 비율도 높다. 자살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나, 이런 요소는 타 직종에 적용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것 말고 진짜 중요한 요인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교육 현장에서는 다른 분야 보다 ‘의미있는 유대 관계’가 쉽게 형성된다. 교육이 원래 그런 것 아닌가? 구성원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도 괜찮다.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 문제도 적다. 물론 교직의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으나 교육이라는 직업환경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은 다른 직종에서는 쉽게 찾기 힘든 것들이다.
예컨대 자살 수단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군인, 경찰, 의료 관계자는 자살이 많다. 군인과 경찰은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도 더 높다. 직업과 고용의 안정성, 직업에 대한 만족도와 성취도 등도 직장인의 정신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ASU 조사에 의하면 건설, 광업, 수리업, 농업, 어업 종사자의 자살은 교직보다 7~8배 많았다. 연예 예술 스포츠 미디어도 자살율이 월등히 높은 직종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