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미국을 두려워하는 자가 있을까’-.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이라고 하던가. 하마스. 이슬라믹 지하드.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 거기에다가 시리아와 이라크 민병대…. 회교혁명정권 이란이 지원하는 (反)이스라엘 무장단체들을 묶어 부르는 말이 바로 이 ‘저항의 축’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들 무장 세력들은 돌아가며 미국에게 공격을 퍼붓는다. 미 항모선단이 출동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미국쯤이야 하는 경멸을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할까.
‘동방은 뜨고 있고 서방은 지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이 일찍이 한 말이다. 이에 동조하고 나선 것이 이른바 ‘독재의 축’을 형성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이다. 러시아, 북한, 이란 등.
지난해 10월 7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 8개월을 맞은 상황에서 발발한 가자전쟁. 이를 통해 ‘독재의 축’과 ‘저항의 축’은 괴이한 조합을 이루며 국제정세를 계속 혼미 속에 빠트리고 있다.
스스로의 깊은 회의 속에 빠져든 미국. 거기에서 약점을 간파한 것인가. 뒤이은 것은 이 세력들의 시도 때도 없는 동시다발적 도발로 수퍼 파워로서 미국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정황에서 포린 어페어스지가 던진 자조적 질문이 바로 ‘아직도 미국을 두려워하는 자가 있을까’하는 것이다.
미국은 그러면 ‘독재의 축’세력들의 주장대로 지고 있는 세력인 것인가.
‘글로벌 파워는 경제력에서 나온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국의 패권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존스 홉킨스대학의 할 브랜드의 주장이다.
최근 십 수 년 간 국제 정치를 지배해온 화두는 중국 경제는 머지않아 미국을 추월한다는 것이었다. 현실은 미국은 여전히 주요 경제지표에서 중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 한 예로 브랜즈는 날로 그 격차가 더 커져가는 미국과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를 들었다. 2023년 미국의 GDP는 26조9,500만 달러로 중국의 GDP(17조7,000억 달러)에 비해 거의 10조 달러 차이가 난다.(지난달 25일 발표된 지난4/4분기는 27조9,400억 달러로 상향조정됐다)
물론 GDP는 한 국가 생산력의 스냅사진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주요 지표에서도 미국은 중국을 크게 앞섰다. 그 하나가 국부 규모다. 미국의 국부는 140조 달러로 75조 달러의 중국을 크게 웃돌고 또 격차는 계속 심화되고 있다.
이 밖에 연구개발(R&D)비용, 석유생산량 지표에서도 크게 앞선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R&D비용은 8,860여억 달러로 중국(4,560여억 달러)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미래에 대한 투자에서도 크게 앞서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힘찬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경기 후퇴에 직면해 있다. 각자 나름의 세계질서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두 최대 경제국은 서로 상반된 궤적을 향해 나가고 있다.’ 코넬 대학의 경제학자 에스와르 프라사드의 말이다.
그는 이어 인구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부동산시장 붕괴, 투자 감소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경제가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은 허구인 것으로 진단했다.
소프트 파워 이론 선도자인 조지프 나이도 같은 주장을 하고 나섰다. 미국 쇠망론은 어제 오늘의 유행이 아니다. 미국이 건국 초기부터 툭하면 빠져들었던 게 쇠망론이었다는 것.
미국 쇠망론을 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된 시기는 중국경제가 급격한 성장을 보여 온 최근으로 미국정치의 양극화와 함께 미국 사회의 심저에 파고들었다는 것이 나이의 설명이다.
중국이 대등한 경쟁자로 도전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당한 약점도 있어, 전체적 힘의 균형이란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은 장기적으로 6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지리적 여건이다.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 두 대양에 둘러싸여 있고 우호국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1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인도 등 몇 개국들과는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다.
두 번째는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에너지 독립을 향유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기축 통화 국으로 국제금융시장에 압도적인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 그 세 번째다.
또 인구감소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정반대로 미국은 인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주요 기술 분야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고 무엇보다도 소프트 파워 면에서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 등을 미국의 커다란 이점으로 꼽았다.
이 모든 점을 감안 할 때 21세기 미-중 경쟁에서 미국이 상당히 유리하다는 것이 내려지는 결론이다.
‘그렇다고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 이들 세계의 석학들이 하나같이 던지고 있는 경고다.
‘미국사회가 미국 쇠망론의 허구에 빠져들어 동맹을 파기하는 등 글로벌 의무를 포기하는 고립주의로 선회할 때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경제적 하강으로 인해 더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현 시점에서는 특히.’ 브랜즈의 경고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 입성할 때 그 때 미국의 파워는 전환점을 맞을 것이다. 그러니까 미국 쇠망론이 맞아떨어지는 그런 계기가 될 것이다.’ 나이의 단언이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미국의 집단지성은 어떤 방향을 선택할까. 고립주의일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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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