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正體性) 이란 말은 가끔 듣지만 일상생활에서 보다 공적인 사회용어이다. 나라 그리고 그 나라 국민성을 말할 때 쓰인다. 정체, 참된 본디의 형체 본심의 모양으로 한 나라의 변하지 않는 민족의 존재성을 확립한 것을 의미한다.
하버드 대학교수 사무엘 헌팅톤(Samuel P. Huntington)이 근래 책까지 내면서 미국 정체성을 강조한다. 17~18세기 미국 개척자로 나선 앵글로-개신교도(Anglo Protestant)가 지상에서 천국을 만들어야 할 인간의 의무 등을 추구하면서 이른바 ‘ 미국의 신조(信條, American Creed) ’ 를 낳았고, 앞으로도 미국의 정체성은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강조한다.
1899~1900년대만 해도 미국 서부는 험준했다. 미국 기병대는 인디안과 아직 전쟁 중이고, 보안관들은 건 스링거 (Gun slinger, 악당)들을 사살하고 있을 때이다. 그러나 동부에서는 무역과 부동산 투자가 성행하면서 뉴욕의 아스토 패미리는 사람들로부터 ‘뉴욕의 지주’라고 들을 만큼 성공하여, 파크 애비뉴에 월돌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소유했다. 이때 이민이 쏟아져 들어왔다. ‘길에 깔려 있는 금을 주우러 간다’는 꿈을 안고.
이런 신천지에 1970년대쯤 한인들도 미국 이민의 큰 꿈을 꾸었다. 비자만 받고 와서 대부분 미주 북동쪽 아파트의 룸메이트로 살면서 침구는 방석 3개가 요, 입은 옷은 이불로 살면서 영주권을 신청했다. 문제점이 없어야 3년이 걸렸다.
어느 한인은 드디어 신청한 영주권이 나와 4년여 만에 큰아이 8살, 둘째 6살 막내 4살 그리고 처를 공항에서 만나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아이들을 데리고 아파트 근처에 있는 수퍼마켓에 데리고 갔었다.
샤핑을 끝내고 나오려는데 주인인지 직원인지 아이들을 향해 손짓으로 불렀다. 그러더니 아이들 손에 과자를 하나씩 쥐어주며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마켓 안에 진열된 것에 하나도 손대지 않고 너무들 얌전하고 예뻐서 준다고 했다.
“ 미국은 정말 신천지 아니냐?” 고 좋아하던 그가 생각난다. 포용력 있는 그때를 생각하니 그것이 와스프(WASP) 정체성이 이미 이 미국에 뿌리내려져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와스프 앵그로-개신교도의 신조(Creed)까지는 잘 이해를 못하여도, 겸손(謙遜), 남을 높이고 나를 낮추는 태도, 동양에서도 겸손을 인성의 제일로 치지만 영국인들의 겸손(Humble)함, 새옷이라도 헌 옷처럼 보이게 입었던 마스큐린 드레스(Masculine dress) 복식문화를 기억하면 이해가 쉽다.
한인들도 미국에 와서 1세기 동안 자리잡고 뿌리가 내려졌다. 다민족 국가에서 인종간에 우열 선입견을 갖고 자기네 민족 정체성을 내세우는 것보다 미국의 정체성을 잘 이해하여 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태평양 건너와 이 넓고 좋은 땅에 우리 입맛에 맞는 곡식과 야채도 재배 수확하면서 친가와 외가 후손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이 삶에 부족한 것이 무엇이랴 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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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우/남성복식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