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에서는 지난 1월 12일, 조태열 신임 외교부장관이 취임했다. 나는 축하 인사를 받느라 한동안 무척 바빴다. 조 장관은 나의 막내 아우이다. 아우가 고맙고 대견스럽다. 아버지가 타계하셨을 때 아우는 중학교 1학년생이었다.
비록 9년 아래이지만 나는 이 아우가 자식같은 마음이 들때가 있다. 큰형으로써 아무것도 해준것이 없었는데 혼자 힘으로 자수성가 했다. 아우는 차관을 거쳐 유엔대사를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나 은퇴생활을 4년째 하고 있던중에 다시 국가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아우가 차기 외교장관 후보의 한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걸 처음 알게된 것은 작년 4월 말 경이었던 것 같다. 박장관 후임 후보 short list에 포함돼 검토되고 있다는 얘길 여러 곳에서 듣고 있어 아우에게 진위를 물어봤더니 “오퍼가 오더라도 사양할 생각”이라 하기에 문득 저질 인사청문회가 떠올랐다.
야권에서 온갖 뒷조사를 다해 후보자를 인격살인할 게 뻔하고 결과적으로 자신땜에 아버지 이름까지 더럽히는 결과가 될 것같아 본인의 커리어를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포기하겠다는 아우의 속깊고 갸륵한 마음을 읽으며, 우리에겐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 이렇듯 무겁구나라는 걸 다시한번 절감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던 중 작년 12월 말, 피할 수 없는 운명이란 게 분명 있는 것인지 하나님의 손길인지 다 정리된 거로 알고 지냈는데 신문기사에 아우가 외교부장관이나 국가안보실장 후보자로 유력하다는 기사를 접하고 다시 알아보니 우여곡절끝에 심사숙고후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아우가 결정했음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청문회 날이 왔다. 청문회는 생각보다 예전에 비해서 비교적 수준이 높은편이었다. 털어봐도 별게 없었는지, 자료제출 공방, 신상털이 없는 이례적인 청문회였다. 다만 야당차원에서 주된 공격용 질문이었던 아우의 차관시절 ‘징용재판’ 지연 의혹제기로 공방이 있었는데, 여는 “적법절차” 야는 “2차가해”로 맞섰으나 후보자인 아우가 “재판거래 행위는 안 했으며 사법농단 규정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답함으로 일단락되어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청문회 과정을 지켜본 많은 분들이 ”외교부장관인사청문회 여러차례 지켜봤지만 제일 잘했다.“ ”근래에 보기 드문 당당하고 시원한 청문회였다“등 많은 칭찬과 격려와 응원을 받으며 청문회를 잘 마쳤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었다. 하태경 의원이 조 후보자의 부친인 ‘청록파’ 조지훈 시인의 행적에 대해 언급하자 조후보자는 “아버지 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는 것을 제 인생의 최고의 목표로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피력했다.
야당측에서는 김경협의원의 무지에 의한 억지도 있었다. 그는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가 “북한의 핵·미사일의 확장을 억제하자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확장 억제는 미국의 억지력을 동맹국에게 확대 적용해 북핵 위협에 대응한다는 것으로 ‘북핵 확장을 억제한다’는 게 아니라 ‘한미의 억지력을 확장한다’는 개념이다.
청문회도 순조로이 끝났고, 이젠 미래로 나아갈 때이다. 국제질서가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지정학적 대전환의 중차대한 시기에 장관으로 취임해 어깨가 무거울 줄 아나 취임사에서 조장관이 밝힌 세가지 포부 - 경제.안보 융합외교 역량을 강화하고, G7 플러스 시대를 대비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모범국들인 G7 수준에 부합하는지, 국제 안보와 평화의 수호자이자 대변인인 안보리 이사국 수준에 맞는지 빈틈없이 점검해 나가며,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과거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 통일비전 외교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가며, 우리가 가진 문화 역량에 대한 국민적 자긍심을 확산시켜 - 주기 바란다.
아울러 조장관이 스스로 약속한바와 같이 솔선수범하여 낡은 직업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한> 동료이자 존경받는 수장으로 세운 뜻을 지키고 펼쳐서 외교장관직을 훌륭히 수행해 주기를 기도한다. 아버지에 이어 아우가 이 못난 형에게 달아준 또하나의 무거운 ‘꼬리표’를 나는 기꺼이 감수하련다. 자랑스런 나의 아우 조장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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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렬/뿌리와 샘 네트워크 대표>